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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분단 70년, 대한민국 다시 하나로]"21세기는 문화주권 시대… 문화대국 도약 준비해야"

관련이슈 광복70년, 바꿔야 할 한국사

입력 : 2015-01-01 19:19:36 수정 : 2015-02-05 13: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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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홍일식 한국인문사회硏 이사장·추성춘 前 MBC 논설위원실장
광복 70주년 새 아침이 밝았다. 지난 70년은 오로지 선진국을 따라잡고자 앞만 보고 내달린 ‘추격’의 역사였다. 어쩌면 서양을 모델 삼아 우리 자신을 그 틀에 맞추려는 채찍질을 거듭한 ‘자학·추종’의 세월이었는지도 모른다. 경제성장을 위한 조급성은 물질적 이해득실이 정신적 가치를 압도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잘살지만 행복하지는 않은 나라.’ 오늘 한국의 자화상이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홍일식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이 최근 ‘나의 조국 대한민국’(동서문화사)이란 책을 펴냈다. 책 서문에서 “인문학적 지혜를 소홀히 한 무서운 결과 앞에 지금 많은 국민이 전율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에게는 분명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고 단언했다. 70년이란 짧은 세월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한민족의 저력이 그 같은 희망과 믿음의 근거다. 세계일보는 새해를 맞아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고, 그 희망의 씨앗이 바로 우리 전통문화에 있음을 알리고자 홍 이사장을 초청했다. 언론인으로 국내외 역사의 현장을 누비며 시대정신에 대한 통찰력을 드러내온 추성춘 전 MBC 논설위원실장이 대담자로 나섰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6층 회장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추 전 실장이 주로 질문을 던지면 홍 이사장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대담을 이어갔다. 오후 2시에 시작한 대담은 5시를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추성춘 전 실장:최근에 펴내신 책의 부제는 ‘도의·문화대국 건설의 길’입니다. 책 표지 바로 안쪽에는 태극 문양이 연꽃 문양과 함께 새겨진 옛 기와 사진을 실었더군요. 젊은이들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씀도 전하셨고요.

홍일식 이사장: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역사의 신(神)은 준비없는 사람에게 미래의 영광을 준 적이 없습니다. 19세기 이전까지의 농경사회는 군사주권 시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는 경제주권 시대, 20세기는 기술주권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문화주권의 시대입니다.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대국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문화대국으로 가는 길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한민족이 어떤 민족입니까. 지금까지 오직 문화의 힘으로 버텨오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약소민족이고 영토도 작지만 수천년간 고유한 영토와 문화, 언어와 문자, 혈통까지 지켜온 것은 오롯이 문화의 힘 덕분입니다. 문화가 주특기인 우리 민족에게 지금이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그래서 ‘도의·문화대국 건설의 길’이란 부제를 붙인 겁니다.

추 전 실장:
우리 민족이 살아오며 어려운 시기가 많았지만 늘 다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 복원력이 바로 문화에서 왔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그런데 이 문화라는 말을 요즘 여기저기에 너무 많이 갖다 붙여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문화라는 것에 서열을 매겨 1등, 2등, 3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요. 문화대국 하면 일종의 국수주의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을 듯합니다.

홍 이사장:제가 ‘문화영토론’을 주장하며 바로 그걸 지적한 적이 있죠. 문화는 서열을 매길 수가 없습니다. 화단에 비유하면 여러 종류의 꽃이 각자 피어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겁니다. 그런데 과거 서방의 ‘문화제국주의’는 자기네 문화만 우수하다고 여겼습니다. 한 종류의 꽃으로 화단을 전부 뒤덮고, 나머지는 추방해야 한다는 것이죠. 문화영토론은 그게 아닙니다. 저마다 다양한 꽃이 피어난 화단을 장기간 유지하는 겁니다. 그러면 문화 고유의 운동법칙에 의해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조화와 융합이 이뤄집니다. 식물로 치면 접붙이기를 통해 제3, 제4의 문화로 개량·재창조해가는 것과 같습니다.

추 전 실장:책에서 아시아공동체를 말씀하셨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에 서열은 없지만 저마다 개성이 있지요. 이런 문화적 개성의 토대 위에서 아시아공동체에 관한 얘기가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홍 이사장:아시아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는 우리가 주역이 될 수밖에 없어요. 1970년대 초까지 동양의 나라들은 서양이 하는 대로 따라 가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서양 문물의 자극에 눈을 뜬 동양 여러 나라가 개화를 거쳐 제각기 확고한 근대국가를 수립했습니다. 그런 아시아 국가들끼리 공동체를 만들 때 중국 같은 큰 나라가 앞장선다면 과연 믿고 따라 갈까요. 베트남을 비롯해 지금까지 중국에 시달린 아시아 국가가 얼마나 많습니까.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아시아 곳곳을 침략하고 점령했잖아요. 아시아공동체를 누가 주도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중국은 패권을 추구한다는 의심을 받고, 일본도 다른 나라의 거부 반응이 심각합니다. 그래서 한 번도 이웃 나라를 괴롭힌 적 없는 한국이 부상하는 겁니다. 한국은 외국을 침략하고 지배한 적이 없잖아요. 그렇지만 검증된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20세기 중후반 50년 동안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저는 한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도울 때 ‘단순한 원조보다는 마음을 주자’라고 늘 얘기합니다. 사람 냄새 나는 정(情)을 주자는 것입니다.

홍일식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오른쪽)과 추성춘 전 MBC 논설위원실장이 광복 70주년의 의미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추 전 실장:
한국인 특유의 정을 주는 교류, 이런 것이 상대방을 감동시킨다는 말씀이시군요. 듣고 보니 21세기 들어 세계적 조류는 한국이 주역으로 등장하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20세기 공업화의 시대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이었잖아요. 이제는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서양이 정신적 방황을 겪으며 ‘동세서점’으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이 등장하는 것은 역사적·시대적 소명이 아닐까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홍 이사장: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서둘러 준비를 하자는 겁니다. 과거 농경시대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 어려웠고, 산업화시대에는 그야말로 힘들다고 아우성쳤죠. 정보화시대에는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못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같은 고도의 지식정보사회는 외로워서 못사는 겁니다. 바로 대중 속의 고독이죠. 사람들이 전부 에고이스트(이기주의자)가 됐어요. 서양문화의 본질이 그거예요. 개인주의라곤 하지만 거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이기주의죠. 21세기 정보기술(IT) 시대가 열리면서 가족의 분리 정도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체됐습니다. 고독의 늪에 빠진 현대인을 어떻게 해방·탈출시킬 수 있느냐, 그 해법을 내놓는 집단이나 국가가 바로 21세기 인류문명의 리더가 된다고 봅니다. 기존의 종교나 사상, 철학, 이념이 이제는 유통기간이 지나서 용도폐기됐어요. 이제 새로운 가치들이 나올 때입니다.

추 전 실장:서양인들이 동양의 종교, 사상, 철학, 이념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군요.

홍 이사장:미국 신학자 하비 콕스가 쓴 ‘동양 회귀’(Turning East)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서양이 동양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이기주의로 고독의 늪에 빠졌고, 둘째, 개인들 간의 인간관계가 단절돼 서로가 인간의 얼굴을 상실했고, 셋째, 신(神)과 아버지의 권위가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자연과학이 발달하고 인간이 영민해지면서 신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게 됐죠. 마찬가지로 가정에선 부권(父權)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서양의 힘만으로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고 동양의 사상과 철학, 가치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추 전 실장:
올해는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입니다. 70년 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며 국제사회에서 능력을 검증받았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100년을 이끌어갈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홍 이사장:짧은 시간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비결에 대해서는 원시적(遠視的), 근시적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원시적으로 보면 우리 민족은 시대마다 등장하는 천하의 보편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빨리 수용하는 지혜가 있어요. 삼국시대에 불교를 받아들일 때, 조선이 유교를 받아들일 때도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 서양 과학기술 문명이 쏟아져 들어오니 유교도 내던지고 기독교로 돌아섰잖아요. 어찌 보면 약소국의 생존 비결이라고 할까요. 근시적으로 보면 절묘한 역할분담을 꼽을 수 있죠. 국권상실기에 중국과 미국으로 망명해 무력항쟁과 외교 노력으로 독립을 되찾으려 한 ‘강경투쟁 노선’과 일제 치하에서 수모를 참아가면서 과학기술과 기업경영을 배워 근대국가를 건설하자는 ‘온건 준비 노선’이 그것입니다. 서로 그렇게 약속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이처럼 역할분담을 해서 각기 역량을 키워갔습니다. 이런 역할분담은 1000년을 이어온 우리만의 문민통치 전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광복 이후에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역할분담을 통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차례로 이룬 것인데, 오늘날 두 세력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물과 불처럼 갈려 싸우고 있는 게 아쉽습니다. 두 세력이 다 위대했고 그래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추 전 실장:그런 의미에서 일본 메이지유신 후 세이난(西南)전쟁을 떠올리게 됩니다. 군사력으로 이웃 나라를 정벌하자는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와 교육을 통해 근대국가의 내실을 다지자는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두 진영의 싸움 끝에 사이고가 져 자결했죠. 하지만 오늘날 일본인들은 두 진영의 영수, 사이고와 오쿠보를 동등하게 기억하고 인정하지 않습니까.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신 역할분담과 일맥상통하는 듯합니다. 1970년대, 1980년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립도 역할분담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이어서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많은 국민이 통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통일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견해도 있고요.

홍 이사장:무엇보다 강력한 안보 태세를 갖춰야 합니다. 그 다음은 도덕적 정당성의 확립입니다. 동서독이 통일된 이듬해인 1991년 독일을 방문해 자유베를린대 경제학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동독에도 무장한 군대와 경찰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총소리 한 번 안 나고 통일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그 대화를 통해 풀렸습니다. 한마디로 서독의 도덕성이 핵심이었습니다. 동독 주민들 사이에 ‘서독에 흡수통일 되더라도 동독의 군인, 경찰, 공산당 간부 등이 학살당하진 않을 것’이란 확고한 믿음이 있었어요. 대다수 동독인이 ‘통일이 이뤄지면 우리 세대는 한동안 극심한 고생을 하겠지만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통일이 낫다’고 여긴 겁니다. 경제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서독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서독 주도의 통일이 가능했던 겁니다. 지금 우리 형편은 어떻습니까. 북한 주민들 사이에 ‘흡수통일이 이뤄지면 우리는 남한 사람들 종 노릇이나 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한 통일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다들 애를 하나만 낳으니 애기 옷이며 신발들을 한 번만 쓰고 버리잖아요. 그런 것들을 정성껏 세탁해서 집집마다 상자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통일이 된 다음 북한 동포들과 나눠 쓰자는 조용한 국민운동을 해보십시오. 이 소문이 북한에 들어가면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민심이 곧 천심이에요.

추 전 실장:우리가 먼저 도덕적 정당성을 갖춘 성숙한 국가가 되고, 우리의 진심이 북한에 전달돼 북한 2500만 주민이 움직이게 되어야 비로소 통일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한마디로 같이 살고 싶어질 때 통일이 된다는 뜻인데요. 이제 이사장님께서 주창하신 신(新)인본주의 사상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죠. 한국의 효(孝)사상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될 수 있는데도 그간 학술적인 연구와 논리적 해설 작업이 부족했던 것 아닐까요.

홍 이사장:부족한 게 아니고 거의 없었죠. 1인당 국민소득 60, 70달러 하던 나라가 갑자기 2만달러 됐다는 것만 떠들고 자랑하죠. 그래서는 돈을 아무리 벌어도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주창하는 신인본주의는 고독의 늪에 빠진 현대인을 탈출·해방시킬 수 있는 사상과 철학을 어떻게 창조해낼 수 있을까, 그게 핵심입니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후 ‘인간의 얼굴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또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한 염원이 커졌습니다. 묘하게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인간의 얼굴을 찾자’, ‘인간성을 회복하자’라는 점에서 합의가 이뤄진 셈입니다. 서양 민주주의에 가까운 동양의 전통적 개념은 민본주의(民本主義)입니다. 이건 사람이 근본이라는 인본주의와 같습니다. 지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 ‘인간의 얼굴을 찾자’고 아우성치는 것을 보면 그동안 서양인들이 먼길을 돌고 돌아서 동양의 인본주의 개념으로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신인본주의란 자본주의의 효용 가치와 사회주의의 평등 가치를 양 옆에 두고, 그 중심에 동양의 인본주의를 놓자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인본주의의 뿌리이자 본질은 바로 우리의 효입니다. 인(仁)도, 의(義)도, 예(禮)도, 지(智)도, 충(忠)도 모두 이 효의 토양 위에서 피어나는 겁니다.

추 전 실장:요즘 상고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과연 누구인가’ 뿌리를 찾으려는 점에서 희망적인 현상입니다. 단군신화를 비롯한 신화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 민족과 함께 면면히 내려온 것이란 점에서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데요. 우리가 신화라고 부르는 것이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꾸며낸 거짓 이야기라고 말할 순 없다고 봅니다. 우리 민족공동체가 함께 느끼고 공감하며 쌓아온 정신의 뼈대로서, 일정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죠. 젊은이들이 우리 신화를 읽고 가까이 해야 할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홍 이사장:단재 신채호 선생은 ‘우리 역사가 불행했다고 하는데 역사를 불행하게 만든 건 역사학자들’이라고 하셨죠. 지금 역사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 고대사 사료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우리 것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찾아야죠. 청나라 건륭제가 학자 1000명을 동원해 고대 이후 모든 사료를 정리한 ‘사고전서’(四庫全書)가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최근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이 펴낸 ‘잃어버린 상고사 되찾은 고조선’ 같은 책들이 방대한 중국 측 사료를 참고해 쓴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1995년 ‘중한대사전’(中韓大辭典)을 편찬한 것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를 보며 중국과의 관계가 한반도에 중요해질 것을 내다보고 사전 편찬을 결심했죠. 평생을 건 이 사업이 오늘날 한·중 관계 인프라 구축에 기여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세계 최대의 30만 단어를 수록한 대사전을 펴내는 과정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세계일보의 창업주이신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께서 거금을 후원해준 덕분에 사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지요.

추 전 실장:효사상에 기초한,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인본주의로 북한 주민의 마음을 움직여 통일을 이룩하고, 이웃 나라 국민에게도 감동을 주어 아시아공동체의 리더가 돼야 한다는 말씀이 새해 벽두 한국사회에 묵직한 울림으로 와 닿습니다.

홍 이사장:효는 인간의 모든 의식과 행위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앞으로 효가 인류 구원의 메시아 노릇을 하게 될 겁니다.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시·도지사, 시장, 군수까지 목민관들이 꼭 실천해야 할 일이 있어요. 새해에 관내의 노인들을 찾아가 따뜻한 떡국이라도 한 그릇씩 나누면서 그분들 얘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예로부터 정치 지도자가 경륜이 풍부한 노인들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을 ‘걸언’(乞言)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노인 공경을 행동으로 보이면 온 사회에 효와 양로(養老)사상이 널리 퍼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추 전 실장:말씀을 들으니 한국 정치인들 중에선 진정성 있는 지도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정치인들이 서양 정치교과서만 열심히 추종한 결과 사람 냄새 나는 정치를 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우리 정치와 경제, 사회공동체 모두 도덕적 정당성을 확립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곧 통일의 지름길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시고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김태훈 기자, 사진=허정호 기자

◆ 홍일식 한국인문사회硏 이사장은

●1936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고려대 문과대 교수, 고려대 총장, 한국외국어대 이사장 역임 ●현 세계효문화본부 총재, 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장,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 이사장, 선학평화상위원장 ●저서 ‘문화영토 시대의 민족문화’(1987), ‘한국인에게 무엇이 있는가’(1996), ‘21세기와 한국 전통문화’(1996), ‘나의 조국 대한민국’(2014) 등

◆ 추성춘 前 MBC 논설위원실장은

●1946년 전남 고흥 출생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고려대 언론대학원 수료 ●MBC 도쿄특파원, 외신부장, 보도국장, 제주MBC 대표이사 사장 역임 ●중앙대 객원교수 역임 ●한국방송대상 기자상 수상(1977)●현 아시아태평양정책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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