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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열린 ‘故김광석 4집 리마스터링 LP 음악 감상회’에서 새로 발매된 LP와 턴테이블이 나란히 놓여 있다 . CJ E&M 제공 |
가장 최근 주목받는 LP 앨범은 새롭게 재발매된 김광석의 앨범.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일어나’ 등이 수록된 김광석 4집은 지난 16일 리마스터링을 거쳐 LP로 발매됐다. 과거에 녹음된 원본 테이프를 통해 음원을 복원해 하나의 음악으로 합치는 믹싱과 마스터링을 다시 진행한 결과물로 현대 기술을 이용해 20년 전 김광석의 성과를 생생한 현재의 것으로 되살려 냈다. 하지만, LP가 주는 아날로그의 감성은 그대로다. 팬들의 반응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1월 3000장 한정으로 예약판매를 실시한 지 이틀 만에 완판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공연장에서 150여명의 팬들이 모인 LP 감상회가 열리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가 류근 시인은 “올해가 김광석이 태어난 지 50주년 되는 해이며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명반으로 꼽히는 김광석 4집이 발매된 지 정확히 2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이번 LP가 아날로그적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LP앨범의 인기는 김광석뿐만이 아니다. 이미 국내 가요시장에서는 LP앨범의 발매가 낯설지 않은 것이 됐기 때문. 과거 명반을 디지털기술을 통해 복원해 재발매할 때 CD와 함께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LP로도 함께 발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됐다. 올 한 해 유재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등 이미 유명을 달리한 가수들의 명반이 디지털로 복원돼 LP로 재발매됐다. 영화 ‘만추’, 드라마 ‘푸른안개’ 등의 OST 역시 LP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과거의 추억을 그 시절의 기기인 턴테이블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
이뿐 아니다.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을 넘어 현시대 가수들의 목소리가 LP에 담기기도 했다. 지난 6월 발매돼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아이유의 앨범이 대표적. 아이유는 ‘나의 옛날이야기’, ‘너의 의미’등 80, 90년대 명곡들을 담은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LP로 발매한 바 있다. 에피톤프로젝트, 3호선버터플라이, 브라운아이드소울 등 음악성을 겸비한 젊은 가수들의 목소리가 LP에 담기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LP 구매에 젊은층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 음반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싶어하는 음악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LP에 대한 호응이 높다. 지난 2월 ‘대중가요 LP 가이드북’을 발매한 바 있는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음악을 듣고 버리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에 LP가 음악의 존재가치를 돋보이게 해주는 매체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LP가 추억의 대상에서 음악을 소장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LP의 귀환은 비단 한국만의 특이 현상이 아니다. 세계 음악계의 중심인 미국의 경우 올해에만 LP음반이 800만장 가까이 팔렸다. 전년 동기에 비해 49% 증가한 수치. 미국의 LP 판매량은 2007년 100만장을 기록한 후 2009년 250만장, 2012년 450만장 등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스트리밍이 음악 소비의 대세가 되면서 CD마저도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판매가 늘고 있는 음악매체는 인터넷 라디오와 LP뿐이다.
다만, 이 같은 LP 열풍이 음반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문제는 국내 LP 산업의 기반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라는 것. 결국, 제대로된 LP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까지 건너가야 제작이 가능하다. 아이유의 음반도 독일의 레코드 제작회사 팔라스에서 제작됐다. 디지털 중심으로 실시간으로 음악이 탄생했다 사라지는 환경 속에서 이 같은 LP 제작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음악 마니아에게 인기 있는 일부 레전드급 가수들의 복원 앨범이나 팬덤이 강한 아이돌 가수, 인디밴드 중심으로 LP 발매가 집중되는 것은 이런 이유다. 최규성 평론가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LP 제작 기술이 부족해서 과거 발매된 일부 LP들은 반품 사태가 생기기도 했다”면서 “결국 해외 제작이 필수가 됐는데 이러다 보니 제작 단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LP가 완전한 음악 문화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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