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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대학살 현장서 장엄한 추모식…'희생자 30만명'

입력 : 2014-12-13 18:20:34 수정 : 2014-12-13 18: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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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홀로코스트'의 현장에 30만명의 무고한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장엄한 진혼곡이 울려 퍼졌다.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제정한 난징(南京)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인 13일 오전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의 '난징대학살 희생동포 기념관'(난징기념관) 광장에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추모식이 거행된 것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난징시에서는 77년 전인 중일 전쟁 당시인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30만명 이상(중국측 추정)의 중국인이 일본군의 총칼에 처참하게 숨졌다.

중국 외교부의 초청으로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가 오전 9시께 추모식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추모식장 무대 왼쪽에 새겨진 '희생자 30만명'이란 문구였다.

전세계를 향해 당시의 참상을 알리자는 뜻에서 이 문구는 한국어로 '조난자 30만'이란 표현과 함께 영어와 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병기돼 있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어림잡아 1만명에 이르는 참석자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중국 당정 관계자와 공안, 인민해방군, 희생자 유족, 학생 대표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모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평화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비둘기를 형상화한 흰색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안내 방송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중국 지도부가 입장하면서 추모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막이 올랐다.

참석자들이 중국 국가를 제창한 뒤 난징대학살로 인해 숨져간 희생자 30만명을 애도하고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묵념의식이 진행됐다.

추모식장 전체에는 1분간 추모사이렌이 울려 퍼졌고 인근 지역을 지나는 차량도 경적을 울려 희생자 애도에 동참했다.

군악대가 '진혼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인민해방군 의장대 16명이 8개의 화환을 들고 절도 있게 헌화의식을 거행하면서 추모 분위기는 고조됐다.

난징대학살 사건 발생 77주년을 상징하는 뜻에서 난징시의 청소년 대표 77명은 평화의 상징인 흰색 상의 차림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선언을 비장한 목소리로 낭독했다.

이들은 선언에서 "1937년 12월 13일 왜구의 침략으로 도시가 함락되면서 약탈과 살육이 자행돼 시체가 널려 있고 창장(長江)이 피로 물들었다"며 참혹한 피해상황을 소개하면서 "평화 발전은 시대의 주제이며 민족의 부흥은 세대의 꿈"이라면서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고 미래를 계승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시 주석은 난징대학살 생존자 대표인 샤수친(夏淑琴.85) 할머니와 어린이 대표와 함께 제단 모양의 추모 기념물을 제막한 뒤 추모식의 하이라이트인 추모사를 낭독했다.

시 주석은 비장한 목소리로 발표한 추모사에서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이 야만적으로 난징을 침략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난징대학살 참상을 저질렀다", "30만명의 동포가 처참하게 살육당하고 수많은 부녀자들이 유린당하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죽임을 당했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일본군의 만행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거사를 부정하며 역사 퇴행적인 행보를 보이는 일본 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이 평화적인 길을 수호해 나갈 것이란 메시지도 강조했다.

추모식은 희생자 30만명을 상징하는 비둘기 3천마리가 난징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관을 연출하며 마무리됐다.

중국 지도부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추모식에 이어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참관했으며 기념관에는 하루종일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일본 정부 대표단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본 우호 대표단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일제의 침략 만행에 속죄하는 활동을 해 온 동일본여객철도노조 측 인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참석한 난징대학살 생존자들 중에는 취재진이 촬영을 하려 하자 "일본인들이 해칠까 두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당시의 아픔이 여전히 완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난징시에서는 오후에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법회가 열렸고 저녁에는 촛불추모 행사가 마련되는 등 하루종일 추모 열기가 가득했다.

중국의 공식 추모사이트에는 이날 오후 현재까지 745만여명이 사이트를 방문, 일제 침략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등 인터넷상에서의 추모 열기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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