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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초이노믹스①]사내유보과세에 투자감소

입력 : 2014-12-09 10:05:10 수정 : 2014-12-09 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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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않고 쌓아놓은 돈, 과세로 '단죄'…투자로 이어질까
30대그룹 불황에 설비투자 10% 줄여…전체 투자도 6%↓
예산정책처 "사내유보과세, 대기업 과세효과 없어" 지적

국내외 경제위기에 맞서 ‘초이노믹스’로 불리며 큰 기대 속에 출범한 2기 경제팀의 최근 정책이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다. 본래 취지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가 하면 아주 기본적인 정책에서도 편파성을 가지는 경우도 눈에 띤다.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면서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총 5회에 걸쳐 2기 경제팀의 대표적인 정책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16일 취임한 지 4개월을 맞고 있지만, 동력을 상실한 가운데 처음 의도했던 바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빚거나 엉뚱한 정책을 전개하기도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기업들이 투자에는 나서지 않고 막대한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적립해놓자, 이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최경환호(號)의 ‘초이노믹스’ 첫 조치였다.

정부의 이 같은 사내유보과세 방침에도 기업들은 오히려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어서 정책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사내유보과세 등을 주요골자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도 세법개정 정부안을 들여다보면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 당해 연도에 발생한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투자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으로 활용하지 않고 쌓아둔 금액(미활용액)에 대해 단일 세율 10%로 과세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금까지 축적된 사내유보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과세칼날은 대기업 계열사(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 전체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기업에 들이댄다.

실질적인 과세권은 2년 뒤인 2017년부터 발동된다. 임금상승 규모 등을 기준으로 과다 사내유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과세유예기간을 설정한 것이다. 쉽게 말해 기업의 이익을 투자나 임금증가 등의 재원으로 쓸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리다.

특히 과세규모를 결정하는 적정유보소득의 기준과 투자액의 범위는 내년 시행령 개정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안은 과세기준이 되는 적정유보소득을 당기소득의 60~8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투자액의 범위는 기계장치 등 대통령령으로 하는 자산에 대한 투자 합계액으로 명시돼 있다.

이런 애매한 규정이 구체화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세부담에 큰 차이가 날 수 있으며, 투자액의 범위에 해외투자나 부동산 투자 등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따라 개별 기업에 대한 과세규모가 크게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하면 제도도입에 따른 세수효과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기준 729개의 법인이 1조738억원을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도입이 ‘행동변화’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과거 기업실적을 토대로 내린 결과다.

자료=CEO스코어
그러나 정부의 사내유보과세 방침에도 국내기업의 투자는 되레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투자 독려에도 대기업들은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올해 들어 설비투자를 1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연구개발(R&D) 투자는 6% 늘렸다.

최근 CEO스코어가 30대 그룹의 분기보고서 제출기업 254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누적 설비투자와 R&D 투자 규모를 조사한 결과, 총 91조8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조5000억원에 비해 5.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액의 71.2%를 차지하는 설비투자가 65조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반면 R&D 투자액은 26조4800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5.9% 늘었다.

이처럼 기업소득환류세제로 대변되는 사내유보과세가 기업투자로 연결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세부담이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에 집중될 염려가 있다는 점이다.

예산정책처는 ‘2014년 세법개정안 분석 자료’를 통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부담하는 법인은 대기업이 아니라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견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과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계열사 등 법인 2568곳의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기업소득환류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총자산 1~50위까지 거대 기업 중에서는 과세 대상기업이 1곳도 없었다.

자산규모 50~100위 내 대기업 중에서도 지난해 실적으로 바탕으로 기업소득환류세를 내는 법인은 3곳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재벌기업 절대 다수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피해간다는 얘기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기업의 소득을 가계로 환류시키고자 기업의 투자, 배당, 임금 증가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할 때 법정 법인세 외에 추가로 법인세로 과세하자는 취지임을 고려하면 대기업의 집중도가 높은 한국에서 대기업이 빠지면 사실상 무의미한 제도가 된다.

예산정책처는 환류세제 기준율을 당기소득의 60%에서 투자와 임금 증가, 배당액을 빼는 방안과 당기소득의 20%에서 임금 증가와 배당을 빼는 방법을 적용했을 때 자산 상위 100~200위는 6곳, 201~400위 25곳, 401~800위 77곳, 801~1201곳은 110곳, 1201~1600위는 148곳, 1601~2000위에서는 142곳이 환류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구간 내에서 환류세를 부담하는 기업의 비중을 보면 1~50위 0%, 51~100위 6%, 101~200위 6%, 201~400위 13%, 401~800위 19%, 801~1200위 28%, 1201~1600위 37%, 1601~2000위 36%다.

즉 자산 1201~1600위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환류세를 추가로 내는 비율이 가장 높고 1~100위 대기업은 거의 배제된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자산 상위 기업에서도 기업소득환류세를 추가로 부담할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기업소득환류세 관련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이다 보니 시뮬레이션 결과를 직접 제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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