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서강대·성대 등서 수시 치러, 최저등급 미달 판단 논술 포기 속출
2점 오르면 등급 바뀔 가능성 높아… “물수능 탓 정시엔 변수 안돼” 의견도 “등급 변화뿐 아니라 평균점수와 표준점수까지 모두 영향을 미친다. 수험생들은 가채점을 가지고 정시와 수시 중 어느 전형이 유리할지 예측해 결단하고 있는데, 논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출제 오류 논란이 빚어지니 혼란스러울 것이다.”
지난 13일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25번 문항 출제 오류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한 입시전문기관 관계자가 17일 한 말이다.
실제로 메가스터디가 수험생 21만여명의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공개한 정답률을 보면 문제가 된 영어 25번(홀수형)은 2점짜리 문항으로 정답률이 96%다. ‘퍼센트포인트(percentage point)’가 ‘퍼센트(percentage)’로 잘못 표기된 보기 ⑤번을 고른 수험생은 1%로 집계된다. 수능일 3교시 영어영역 응시자는 모두 58만1162명이다. 이를 단순 계산해도 ⑤번을 고른 학생은 5800여명이 된다.
가뜩이나 역대 가장 쉬운 수능으로 만점자가 속출한 영어영역에서 6000명 가까운 수험생의 영어 점수가 2점 더 상승한다는 얘기다. 메가스터디 집계는 전체 60만명 가까운 수험생 중 일부에 한정한 것이어서 실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험생의 규모는 예측하기 어렵다.

수시에서는 이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입시기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내려가는 시험이었던 탓에 많은 수험생들이 수시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최저기준에 자신의 등급이 미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주 말 논술 및 면접에 응시하지 않았다. 통상 수시 대학별고사 결시율은 30∼40% 정도다. 이미 논술 및 면접을 진행한 대학은 경희대와 단국대, 서강대, 서울과학기술대, 성균관대, 고려대 등이다.
또 25번 문항에서 ⑤번을 선택한 수험생은 물론, 등급별 커트라인 경계(1등급 98점, 2등급 94∼95점, 3등급 86점 등)에 있는 수험생들은 모두 당장 영향을 받는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의 이재진 팀장은 “등급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수험생들은 최저 등급 미달로 수시를 포기할 게 아니라 논술이든 면접이든 남은 시험은 무조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일과 이의제기 기간, 수시와 정시 선발 시험이 너무 촘촘하고 합리적인 선후관계에 따라 일정이 짜여 있지도 않아 올해처럼 출제 오류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성적 확정 후 치러지는 정시전형도 문제는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 대표는 “정시에서는 평균점수 변화에 따른 표준점수 변화가 중요한데, 이 변화는 이미 온 것”이라고 말했다.
‘물수능’ 탓에 이미 정시는 혼전이라 더 악화될 것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진학사의 이 팀장은 “입시기관들이나 학교 교사들 의견을 들어봐도 이미 영어와 수학 만점자가 넘쳐 복수정답 인정으로 만점자가 소폭 늘어도 변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팀장은 정시전형의 경우 국어와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당락이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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