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 펜션 화재로 목숨을 잃은 정모(30)씨의 가족들은 16일 정씨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정씨의 가족들은 결혼식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날아온 비보에 망연자실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정씨와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던 사촌형(36)이 경찰서와 재난대책본부 등을 오가면서 동생의 일을 챙겼다.
사촌형 정씨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그토록 좋아했던 동생이 이렇게 허무하게 갈 수 있느냐”며 눈물만 훔쳤다.
정씨는 동신대 한약재산업학과를 나와 관련 사업체를 운영했다. 그는 오랫동안 사귄 연인과 내년 1월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이미 예식장 예약까지 마쳤다. 결혼을 준비하던 정씨는 바쁜 와중에도 결혼 전에 마지막인 대학 동아리 후배들의 수련회에 참석하고 싶었다. 만능 스포츠맨인 정씨는 패러글라이딩 동아리에서 대학생활의 또 다른 의미를 찾았다. 때문에 정씨에게 동아리 후배들은 동생들이나 다름없었다.
정씨는 동아리 후배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사촌형 정씨는 “동생은 틈만 나면 동아리 친구나 후배들을 만나러 간다는 말을 하곤 했다”며 “동아리 선후배 간 우의가 참 돈독하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고 말했다.
한약재산업과 표병식 학과장도 정씨를 후배들이 잘 따르는 리더십이 있는 학생으로 기억했다. 표 학과장은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스포츠를 유난히 좋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패러글라이딩은 물론 스키와 스노보드 강사로도 활동했고 축구와 수영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사촌형은 정씨가 후배들을 구하려다가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씨가 동아리 후배 고모(여·사망)씨를 온몸으로 감싼 채 숨져 있었다는 소방당국의 발표가 이 같은 사촌형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정씨는 마지막까지 후배를 탈출시키거나 화마로부터 보호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화재로 숨진 또 다른 동아리 선배 2명도 안타까운 사연을 남겼다. 동아리 초창기 멤버인 유모(40)씨는 부인과 다섯 살배기 딸을 데리고 모임에 참석했다가 화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또 다른 선배인 송모(35)씨는 결혼한 지 갓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신랑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아리 한 후배는 “동아리 선배들은 어린 후배를 구하려고 끝까지 탈출하지 않은 것 같다”며 “바비큐장 출구 앞에서 후배를 감싼 채 발견된 선배들을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담양=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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