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런(44)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행성 간)’가 지난 6일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7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영화는 식량과 산소 부족으로 더 이상 살 수 없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작비로 1억6500만달러(약 1809억원)가 투입된 이 블록버스터에 대해 ‘우주를 다룬 가장 사실적인 공상과학(SF)영화 중 하나’란 극찬이 쏟아진다. 이 영화는 저명한 과학자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이론물리학 교수가 자문에 응했다. 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1987년 ‘웜홀(wormhole)’을 통해 시공간을 빛의 속도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과학 이론을 두고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은 여전하다. 해외 과학자들이 말하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진실과 거짓을 짚어본다.

◆‘웜홀’ 존재 놓고 갑론을박
가장 논쟁적인 것은 ‘웜홀’이다. 영화 주인공들은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토성 근처에 생긴 웜홀을 이용한다.
웜홀은 우주 시공간에 난 구멍이다. 사과 꼭지에 있는 벌레가 반대쪽으로 이동할 때 사과 표면보다 사과의 중심에 뚫린 구멍을 이용하면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원리와 같다. 웜홀은 블랙홀을 기반으로 한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질량이 존재하면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왜곡된다. 질량이 한 지점에 집중되면 중력이 커져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이 형성된다.
손 교수는 우주를 4차원의 공간에 떠다니는 3차원의 평면으로 가정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3차원 블랙홀에 구멍(입)을 낼 수 있는 음의 에너지가 존재하고 서로 다른 블랙홀의 두 특이점이 만난다면 웜홀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에 나오는 초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가 빛 속도의 99.8%로 회전하는 이유다.
마틴 바스토 영국 천문학회 회장은 그러나 지난 10일(현지시간) 영 일간 데일리메일에 “우주에 웜홀이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웜홀을 통해 블랙홀 궤도를 도는 행성 ‘밀러’에 갔다가 동료 1명을 잃고 가까스로 탈출한다.
블랙홀 궤도를 도는 행성도 논란거리다. 바스토 회장은 “블랙홀 주변을 도는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로베르토 트로타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천체물리학 부교수는 블랙홀을 맴도는 행성의 존재 자체까지 의문을 제기한다. 블랙홀의 거센 중력 탓에 행성이 산산조각난다는 것이다.

◆‘시간 지연’은 실재…정교한 ‘인듀어런스호’
주인공들이 행성 밀러의 1시간이 지구의 7년이라고 말하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따른 일명 ‘시간 지연’이다. 중력이 무거운 블랙홀에 가까이 갈수록 지구보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
전문가들은 우주선 ‘인듀어런스호’가 정교하며 실제 우주선과 흡사하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한다. 미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인듀어런스호는 주거나 엔진 등 각기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상자 모양의 모듈 12개가 원형을 이룬다. 이중 착륙용 포드 4개는 행성에 착륙하면 인듀어런스호에서 분리돼 기지로 쓸 수 있다.

주인공들이 인듀어런스호에 도달하기 위해 타고 간 로켓도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17년 시험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우주발사시스템(SLS)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SLS는 높이 117m, 무게 650만파운드(약 2948t)에 달하는 사상 최대 로켓이다. 다만 영화 속 로켓은 SLS와 달리 양쪽에 보조 로켓이 없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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