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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스님으로는 최초로 승만경 해설서를 펴낸 일진 스님. |
‘승만경을 읽는 즐거움-일진 스님의 행복한 승만경 이야기’(민족사)가 그것.
이 책은 운문사 주지였던 비구니 일진 스님이 40여 년 동안의 체험과 사유, 수행, 강의 등을 바탕으로 여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정리한 결실이기에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승만경(勝鬘經)은 ‘누구나 다 여래의 씨앗을 품고 있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여래장 사상을 설파하는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이다. 모든 존재는 여래의 씨앗이라고 하는 여래장 사상은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불러왔고,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선불교(禪佛敎)의 사상적 근거이기도 하다. 여성 불자인 승만 부인이 설법을 하고, 옆에서 부처님이 승만 부인의 설법이 옳다고 지지해 주고, 마침내 승만 부인이 성불하여 보광(普光)여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저자 일진 스님은 2000년 전 여성도 성불하고, 불가촉천민도 성불할 수 있다는 여래장 사상을 일깨워준 승만경의 탄생은 당시로서 혁명적인 일이요,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또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강조한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하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승만경의 가르침은 인도인들뿐만 아니라 역사상 인류에게 준 가장 큰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행간마다 ‘승만경을 읽는 공덕으로 여성이 행복한 사회가 되어지이다’라고 기원하는 일진 스님의 애정 어린 메시지는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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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만경 해설서 '승만경을 읽는 즐거움' 표지. |
일진 스님은 과거 한 비구스님이 “여자가 (수행을) 백 년을 해 봐라”라고 한 말과 한 비구니 노스님 "다음 생에 비구가 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기도를 한다"는 말에 자극을 받아 ‘여성은 불가에서 열등한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으며, 그때부터 승만경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여성 불자들이 승만경을 수지 독송하고 실천한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대단한 동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성수행자의 삶, 여성 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승만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저는 새로운 원을 세웠습니다.”
승만경은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승만 부인의 10대 서원을 통해 부처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경전이기에 일진 스님은 기회만 있으면 불자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경전의 참뜻을 참구해 왔다.
“더러워진 옷을 빨면 다시 깨끗해지듯이. 여래가 될 수 있는 씨앗, 즉 여래장이 번뇌에 오염되어 있으므로 그 오염을 제거만 하면 여래가 될 수 있습니다. 옷을 빠는 것이 곧 수행입니다.”
책에서 일진 스님은 왜 사람들이 여래로 살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아주 쉬운 비유로 설명해 주고 있다. 흰옷이 여래장이요, 때가 번뇌요, 빨래가 수행이라는 것이다. 승만 부인이 열 가지 서원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한 부처로 살아가는 방법은 인상적이다.
전 전국비구니회 회장이자 운문사 회주인 명성 스님은 추천사에서 “일진 스님이 법석에 앉아 강론을 하면 멀고 가까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으며 바람에 풀이 쏠리듯 감화를 받는 것도 이러한 수행자로서의 평소 모습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일진 스님이야말로 이(理)와 사(事)를 구족한 승가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승만경은 여래가 될 수 있는 경전, 부처가 될 수 있는 경전이다. 40여 년을 경전 연구와 탁월한 변재(辯才)로 전법 활동을 해 온 경험으로 저술된 일진 스님의 ‘승만경을 읽는 즐거움’을 많은 이들이 읽고 부처님이 가신 길을 함께 가기를 고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tols@segye.com
1970년 재석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1978년 월하화상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동국대 승가학과와 운문승가대학 대교과를 졸업하고 중강과 교무를 역임했다. 1985년 명성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았다. 1988년 대만불학연구소에서 중국불교를 연구했으며 1994년 일본 경도불교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외래강사, 1999년 불영사 천축선원에서 동안거를 성만했다. 2003년 조계종 교재편찬위원, 2004년부터 현재 단일계단 갈마위원 교수사, 2005년부터 현재 불교여성개발원 특별자문위원, 2007년부터 현재 생명나눔실천운동본부 이사, 2010년 운문사 주지, 제 15대 조계종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최고의 비구니수행도량인 운문사에서 학인지도와 지역포교에 전념하며 한국불교에 희망의 주춧돌을 놓고 있다. 논문으로 ‘佛敎와 女性’, 역서(譯書)로 ‘불교임상심리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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