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6시46분. 서울 동작경찰서 교통정보센터 소속 김영동(37) 경사는 운전 중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를 시청하는 차량을 적발했다. 그는 앞 쪽에서 대기 중이던 동료에게 무전통신을 했다. 운전자 김모(45·회사원)씨는 DMB를 통해 야구경기를 보다 적발됐다. 김씨는 “예전부터 봐 왔는데 위험하다든가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불법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방수현(41) 경사가 30일 오후 서울 노량진동 노들길에서 운전 중 DMB를 시청한 운전자를 단속하고 있다. 염유섭 기자 |
단속에 나선 한 경찰관은 “짙은 선팅 필름으로 조수석에 사람이 탔는지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차량이 대다수”라며 “최근에는 액정화면을 오디오 박스에 넣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운전 중 스마트폰이나 DMB 등을 보거나 조작하는 것을 단속 중이다. 하지만 집중 단속 기간이었던 지난 5∼7월을 제외하면 실적은 거의 없다. 지난 9월 전국을 통틀어 영상표시장치 조작 등으로 단속된 건 36건뿐이다.
단속을 하는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단속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가 발뺌을 하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면 그 민원이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경찰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단속하지 말자’는 자조적인 말을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적발된 운전자가 ‘다른 차에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통정리 및 교통사고 조사와 함께 단속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현실도 녹록지 않다.
동국대 이윤호 교수(경찰행정학)는 “단속에만 의지하면 영상표시장치 조작 등으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이기는 어렵다”며 “운전 중 영상 시청과 조작이 얼마나 위험한지 공익광고, 교통방송 등을 통해 알려 시민들 스스로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이선·염유섭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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