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범 글/서미경 그림/미래아이/1만4000원 |
보통 전래동화 속 여성은 약하고 수동적이다. 이름 없이 누군가의 부인, 딸로 등장하는 일도 많다. 남성이 학문과 무술을 연마하고 나랏일을 하는 동안 여성은 옷 깁고 물 긷고 밥하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도 보인다. 그러나 찾아보면 전래동화에도 당차고 유쾌하고 씩씩한 여성들이 있다. 이 책이 주목한 이야기는 ‘마고할미’, ‘바리공주’, ‘홍장이와 성덕 아가씨’, ‘며느리 방귀’ 등이다. 여성학에서 동화 다시보기를 할 때 종종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책은 “산신들은 죄다 할아버지라고?”라고 반문하며 마고할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늘님 딸인 마고는 지리산을 내려보다가 마음에 들어 내려온다. 오줌을 누다가 반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둘은 알콩달콩 살면서 딸을 여덟이나 낳는다. 남편 반야가 도를 더 깨쳐야겠다며 집을 나간 뒤 마고는 혼자 딸들을 기른다. 이 딸들은 팔도로 가서 산신이 되고, 마고는 노고단에서 돌로 변해 지리산을 지키는 산신할미가 된다.
‘뿌지직 뽕!’은 엉뚱하고 발랄한 세 자매 이야기다. 마을에 가뭄이 들어 흉년이 심해지자 제를 올리기로 한다. 어린 세 자매는 여기저기 보이는 음식에 그저 신이 나서 전을 맛 보고 시루떡도 집어먹는다. 제를 올려도 비가 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세 자매를 쫓아내기로 한다. 궁지에 몰린 자매는 신선바위에 올라가 어마어마한 양의 큰 일을 본다. 참다 못한 신선이 바위의 오물을 씻어내려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예상대로 신선은 큰 비를 내리고 자매는 위기를 모면한다.
‘홍장이와 성덕 아가씨’는 앞 못 보는 홀아버지 아래서 자란 홍장이 중국 진나라의 황후가 돼 흉년과 돌림병에 고통받던 나라에 평안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다.
전래동화 속 여성은 대부분 수동적이고 이름조차 없는 경우가 많지만 당차고 주체적인 여성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미래아이 제공 |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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