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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교환대학생의 유럽여행기]숱한 전투 버텨온 '베오그라드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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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1 17:35:21 수정 : 2014-10-21 17: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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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올 여름 터키 빌켄트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가게 돼 6개월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그런데 9월 개학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유럽을 먼저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독일에 사는 친구와 함께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지난달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며 직접 보고 느낀 여행기를 시리즈로 실어본다.<16회>

베오그라드 요새의 모습
시내관광 중에 세르비아의 밤문화가 발달했다며 1단계 마시기, 2단계 춤추기, 3단계 뻗기라는 가이드의 말이 웃긴다. 회교 사원인 바이라클리 모스크에 갔는데 가이드가 계단에 우리 일행을 앉혀놓고 설명하니까 어떤 아저씨가 비켜달라고 뭐라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모스크(사원)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세르비아 전쟁과 문화, 화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솔직히 이때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 듣고 생각나는 건 거의 없다. 특히 건물이나 거리 이름 같은 건 아예 모른다.

동방정교회 국가의 수도 한가운데 놓인 바이라클리 모스크. 오토만 왕조 통치 시절에 지어진 것으로 당시에는 273개 모스크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 없어지고 베오그라드에 남아있는 바이라클리가 유일하다. 중간에 세르비아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으면서 카톨릭 교회가 되기도 했지만 오토만이 다시 세르비아를 점령하면서 제 기능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러다 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많은 공격과 손상을 입기도 했다는 것이다.

 

베오그라드 요새에 세워진 빅토르 동상
세르비아 역사를 설명하는 중에 일단 언어에 대한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가 면접장에 와서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4개 국어 가능합니다”라고 말하면 그건 잘못된 얘기다. 기본적으로 네 언어는 자기 나라 이름만 붙여 공식 명칭이 다를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같은 언어이기 때문이다.

세르비아 사람, 크로아티아 사람, 보스니아 사람, 몬테네그로 사람 네 명이 모여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그들은 같은 ‘세르보크로아트어’에 해당한다.

또 전쟁에 대해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가이드는 베오그라드 토박이로 이사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나라가 유고슬라비아­-신 유고연방­-세르비아로 세 번 바뀌었다고 말한다. 처음에 유고슬라비아였다가 크로아티아랑 슬로베니아가 떨어져 나가고 보스니아와 마케도니아가 뒤를 이으면서 신 유고연방이 됐고 다시 몬테네그로마저 떨어져 나가면서 세르비아로 바뀌었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전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다뉴브강과 사바강이 합쳐지는 강유역 일대 모습
게다가 유고슬라비아 내전 시기에 국가가 화폐를 마구잡이로 발행하는 바람에 6살 생일 때는 물가가 한 달 동안 어마어마하게 뛰어서 선물도 받지 못했다는 슬픈 얘기까지 전해 주었다.

월급을 받는 즉시 쓰지 않으면 바로 휴지조각으로 변할 정도로 물가 불안이 심했다는 것. 그래도 굶어 죽은 사람 없었고 세르비아 사람들이 서로 돕고 나눠쓰면서 다시 일어났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투어의 마무리는 베오그라드 요새였다. 여기 빅토르 동상은 원래 요새의 끝에 세워졌는데 그 위치가 지금은 세르비아 구시가지의 중심가가 돼 버렸다.

남자 성기가 노출된 벌거벗은 이 동상은 당시 베오그라드 중심에 있으면 안 된다는 여성단체들의 반대로 요새의 가장자리로 밀려났고 방향도 베오그라드 바깥을 바라보도록 지어졌다. 그러나 요새 너머 지역이 베오그라드 영내로 편입되면서 이 동상은 중심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세르비아 전통 샐러드
                                                                              투어에서 돌아오니 체크인 시간이 이미 돼 있었다. 6인실 내 방에는 독일과 우루과이에서 온 남자애 두 명이 좀 심상치 않다. 케이티는 이 애들이 이상하다며 피하고 나도 은근히 걱정하던 차에 몇 마디 얘기를 나눠보니까 장난기가 많은 거지 나쁜 애들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심조심 독일 남자애랑 각자 침대에 누워 얘기 좀 주고받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야간 기차여행과 땡볕 아래의 투어 강행군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해가 기울고 있었고 달콤한 낮잠으로 푹 가라앉은 몸의 감각을 깨우고 싶었다.

얼른 프런트에 물어 환전소를 찾아갔다. 운 좋게 환전소 바로 옆에 마트가 있어서 장까지 보게 됐다. 세르비아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지만 그 나라 언어로 된 상품들과 그 나라 회사에서 만든 과자를 발견하는 것은 나에게 재미있는 일이다. 회사만 다를 뿐 맛은 비슷하다는 깨달음이 이미 있었기에 군것질 거리는 지나치고 다음날 아침 먹을 과일, 우유, 시리얼을 샀다.

숙소로 돌아오니 남자애 두 명이 밤문화를 즐기러 같이 나가자고 한다. 크게 내키진 않았지만 거절하기도 뭐해서 그러자고 해놓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근데 얘네들이 천하태평이다.

성사바교회 내부 모습
독일 애가 샤워하고 옷 고르고 난리 쳐서 이제 나가나 보다 하니까 우루과이 애가 샤워를 시작한다. 세월아 네월아다. 나도 침대에 누워 지난여름 방영됐던 TV드라마 ‘연애말고결혼’을 보고 있는데 그가 왔다. 서준수 오빠다.

발칸 쪽은 서유럽·동북부 유럽과 달리 여행지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게다가 화약고라는 인식까지 있어서 나도 걱정되는 마음에 유랑 동행을 열심히 구했다. 그러다 만난 사람이 준수오빠인데 일정에 맞춰 지금 베오그라드까지 왔다.

사실 내가 호스텔 헤도니스트에 두 사람을 예약하고 같은 방 애들한테도 친구가 올 거라고 했더니 누구냐고 자꾸 물었었다. 내가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인데 아직 자세히는 모른다고 했더니 ‘온라인 러버’ ‘버추얼 보이프렌드’로 시작해서 “허즈밴드 언제 오냐”며 엄청 놀려 댔다.

제문시티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다뉴브강 주변 전경
사바강 주변의 한 선착장
아무튼 독일과 우루과이 남자애들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이기에 잘 됐다 싶어 이 오빠랑 여행계획도 짜고 친해지기도 할 겸 나가서 한 잔 하기로 했다.

프런트 직원한테 회의해야 하니까 조용한 술집을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이 근방에 없다고 해서 근처 아무 데나 들어갔다. 메뉴판이 씨디 케이스인데 맛있어 보이는 걸 각자 고르고 얘기를 나눴다. 내일 어디 갈 것인지, 서로 어떤 사람인지도 주고받았다.

이 오빠는 중동여행 좋아한다면서 나중에 시간 나면 가보라며 여기저기 추천해 주었다. 얘기를 마치고 자정 가까운 시간에 호스텔로 돌아오니 내방 남자애들이 지금 나간다고 법석을 떤다. 나랑 개념이 다른 아이들이구나 무시하고 베오그라드의 첫날 잠을 청했다.

베오그라드(세르비아)= 김슬기라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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