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되풀이할 가능성 커보여”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미국 주도의 시리아 공습이 2주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가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레드리크 로예발 미 코넬대 교수와 정치학자 고든 골드스타인은 8일(현지시간)자 뉴욕타임스(NYT)에 ‘시리아는 오바마의 베트남이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들은 “많은 전문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견해 (베트남전과 같은) 역사를 되풀이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로예발 교수와 골드스타인은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전쟁광’도 아니었고 베트남전이 자신의 실패로 이어질까봐 두려워했던 인물이지만 결국 미국을 ‘쓰라린 패배’로 끝난 오랜 전쟁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존슨 전 대통령의 확전 결정은 예기치 못한 장애와 좌절에 대응해 이뤄졌으며 해외 군사 개입은 한 번 시작되면 대통령의 통제영역 밖으로 나간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과 같은 정부 안팎의 최고위급 인사들로부터 지상군 파견 압박을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상황도 미국의 베트남 확전 결정 때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과 같은 갈등 상황에서 미군의 역할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지만 공습과 같은 외부 군사개입은 그 자체로 자생적 논리를 갖게 돼 지상군 파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로예발 교수는 베트남전을 분석한 책 ‘전쟁의 불씨’로 지난해 역사 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전쟁사 전문가다. 골드스타인 역시 저서 ‘재앙 속의 교훈’(2008년)을 통해 존 F 케네디-린든 존슨 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낸 맥조지 번디가 어떻게 미국을 베트남전 수렁으로 몰아넣었는지를 통렬하게 짚어냈다. 특히 ‘재앙의 교훈’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내 외교정책팀에 일독을 지시해 화제를 모은 책이기도 하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7일 터키 접경 시리아 북부 요충지 코바니가 곧 IS에 함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습만으로 IS를 격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지상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필요성을 제기했다. 얄츤 아크도안 터키 부총리는 미국에 코바니 일대에 대한 공습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하지만 터키의 이같은 행보는 시리아 군사 개입을 피하기 위한 핑계거리를 찾는 데 불과해 오바마 정부가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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