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둑 들끓던 5∼6共…민주화와 함께 온 로비스트
최근엔 기밀이 검은거래 원인 지난 6월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방산업체로부터 2억여원의 뇌물을 받고 입찰정보 등을 제공한 혐의로 전직 방위사업청 소속 육군 윤모 대위를 구속기소했다. 윤씨는 2009년 방산업체 대표에게 탄약보관통(탄약지환통) 입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업체가 입찰계약에서 1순위가 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업체는 납품설비는 물론 관련 기술조차 없었는데도 윤씨는 ‘생산능력에 문제가 없다’며 방위사업청에 허위 보고했다. 그 업체는 22억원 규모의 탄약보관통 납품계약을 따냈다.
최근 들어 방산 비리의 추세가 변하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엔 ‘율곡 비리’ 같은 권력형 부패사건이, 2000년 이후 로비스트형 비리가 주를 이뤘으나 요즘엔 ‘실무형’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수상구조함인 통영함(3500t급) 납품 비리도 실무형 비리 사건이다. 통영함의 수중 무인탐사기(ROV)나 선체고정 음파탐지기(HMS) 등과 같은 핵심 장비가 해군의 요구성능(ROC)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으로 납품되는 과정엔 전직 방위사업청 소속 장교들이 개입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실무자와 납품업체가 한 통속이 돼서 통영함에 투입된 국민의 세금을 빼먹은 셈이다.
방산비리 사건은 1980년대 들어서 우후죽순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박정희정부 기간에는 미군의 무기를 원조받거나 자주국방정책에 따라 무기를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무기 도입이나 생산 과정의 비리 여지가 거의 없었다.그러다 무기 도입 패턴이 해외구매 쪽으로 바뀌자 해외 군수업체의 권력층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직이 개입된 방산 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전두환, 노태우정권 시절 군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 등이 국내 군수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사건인 ‘율곡비리’는 대표적인 권력형 방산비리 사건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인사들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사건이다보니 실무 차원에서 제출된 무기 도입 방안은 정당한 이유와 설득 과정 없이 번번이 무시되고 뒤집히기 일쑤였다.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P) 기종으로 경합을 벌였던 F-16과 F/A-18 전투기가 논란 끝에 F-16으로 결정된 것도 이 무렵이다. 노태우정부 기간 발생했던 진해 해군 잠수함기지 건설 및 상무대 이전공사 업체 선정비리, 김영삼정부의 CN-235 수송기 기종 결정 잡음, 김대중정부 시절 터져나온 해군의 킬로급 잠수함 도입 추진 비리 등이 권력형 부패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방산사업 추진 과정이 보다 투명해지고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권력형 부패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 즈음 새롭게 등장한 방산비리 수법은 로비스트나 업자와의 물밑거래를 통해 특정인 또는 특정 업체에만 편파적으로 정보를 흘려 사업권을 따내도록 하는 ‘정보비대칭’ 비리였다. 군 고위 인사와 국회의원 등이 로비스트를 통해 정보를 흘리고 그 대가로 뇌물이나 후원금 등을 제공받는 수법이다. 이양호 국방장관과의 염문설로 세간에 화제를 뿌렸던 린다 김은 그 시절을 대표하는 로비스트다. 대북 정보 수집을 미군에게 의존하던 데서 탈피해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른바 백두금강사업(원격조종감시체계능력 확보사업)은 졸지에 ‘린다김 로비사업’이란 오명을 얻게 됐다.
실무형 방산비리는 관련 법제도의 미비점을 이용해 빚어지는 부패 유형이다.
무기획득사업 계획이 중장기로 짜여지고 그 세부적인 내용이 군사기밀로 분류돼 정보 제공이 극도로 제한되는 환경이 비리의 온상이다. 무기 중개상이나 군수업체 관계자들은 정보를 빼내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보를 다루는 실무자들로부터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금품과 향응이 제공된다.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에 따라 국방부에서 총괄하던 무기구매 업무가 국방부와 방사청으로 분산된 것도 실무형 비리가 증가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실무형 부패도 초기 단순 사업계획 정보나 군사기밀을 업체 관계자들에게 건네는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 들어서는 입찰서류나 납품단가 조작, 시험성적서 위조 등과 같이 관련자들이 사업 과정에 적극 개입하는 형태로 보다 과감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따라 권력형과 로비스트에 의한 정보비대칭 부패는 줄어든 반면에 실무형 방산비리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최근 국방부가 방산비리 근절을 위해 신고포상금을 5억원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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