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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어린이들의 영웅' 번개맨 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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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모여라 딩동댕’ 영웅 2대 번개맨 서지훈
“아이들 ‘번개맨’ 함성에 녹화장 밖에서도 바른생활맨 돼”
“길을 가다 아이들을 보면 자주 뭔가 가르쳐주고 싶어져요. ‘그렇게 지저분한 걸 만지면 안 돼요’ 하는 식으로요.(웃음)”

‘어린이들의 영웅’ 번개맨을 맡아 연기한 지 1년이 된 배우 서지훈(36)은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치는 아이들이었는데, 요즘 자꾸 말을 걸게 된다”고 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EBS방송센터에서 만난 그는 녹화를 앞두고 번개맨 분장을 막 마친 상태였다. 그는 “이렇게 분장을 안 하면, 말을 걸어도 애들이 절대 못 알아본다”고 말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번개맨 서지훈은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다”며 “번개맨은 애가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이왕 늦은 거 마음 편하게 느지막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번개맨은 EBS 유아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과 ‘딩동댕 유치원’에 출연하는 캐릭터다. 그 역사가 무려 14년이 된 번개맨은 뮤지컬로도 제작돼, 매 시즌 티켓 오픈 때마다 ‘맘마미아’, ‘고스트’, ‘삼총사’ 등 대형 뮤지컬을 제치고 압도적인 예매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초엔 중국 국영 교육방송 CETV가 번개맨이 주인공인 ‘모여라 딩동댕’의 포맷을 사들여 조만간 ‘중국판 번개맨’도 탄생할 예정이다.

서지훈은 13년간 번개맨을 연기한 1대 배우 서주성의 뒤를 이어 지난해 9월부터 안방을 찾은 2대 번개맨이다. ‘모여라 딩동댕’에서 악당 역할인 나잘난을 연기하는 배우 최오식이 서지훈의 바른 느낌이 번개맨과 어울린다고 생각해 제작진에 추천했다고 한다. 서지훈은 “항상 성인뮤지컬만 해왔기 때문에 번개맨 제의를 받고 살짝 고민을 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전통이 있고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란 점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번개맨 이전에 뮤지컬 ‘미스사이공’, ‘헤어스프레이’, ‘젊음의 행진’ 등에서 활약한 베테랑 배우다. 

“첫 방송 두 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어요. 그래도 초기에는 많이 어설펐어요. 특히 악당과의 결투신에서 무술 동작을 많이 하는데 절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죠.(웃음)”

그는 “일반 뮤지컬과 달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니깐 각을 딱딱 잡아서 시선을 끌어야 한다”고 했다. 액션뿐 아니다. 대사를 내뱉는 것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구어체보다 문어체에 가까운 대사가 주를 이루며, 정확하게 표준어를 구사해야 하는 건 필수다.

“‘꿈이 이뤄지길 바래’가 아니라 ‘꿈이 이뤄지길 바라’라고 정확하게 표준어법에 맞게 대사를 해줘야 해요. ‘힘이 센’을 ‘힘이 쎈’처럼 된소리로 발음해서도 안 되고요. 아이들이 보고 따라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하는 거죠.”

번개맨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알록달록한 의상이다. 파란색 쫄쫄이 옷 위에 주황색 번개 모양 장식품이 가슴과 벨트에 붙어 있다. 등에는 은빛 망토가 펄럭이고 눈은 항상 주황 빛깔 고글로 덮여 있다. 머리카락은 번개를 맞은 듯 삐쭉삐쭉 솟아 있다. 공연장에 가면 이렇게 번개맨과 똑같이 차려입은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혼자서는 이 의상을 절대 못 입어요. 항상 공연 전에 의상팀이 옷 입는 걸 도와주죠.(웃음) 활동하기에도 그리 편한 건 아니에요. 신발도 워낙 딱딱해서 불편하죠. 그런데도 번개맨은 영웅인 만큼 몸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공연 끝나고 나면 몸 전체가 땀으로 흠뻑 젖어요.”

어떤 때는 공개방송 무대에서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마이크에 들어가 고장이 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기술적인 문제든 대사 실수든 녹화현장에서 NG가 났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관람하는 아이들의 몰입을 깨뜨리지 않는 거다.

“NG가 나도 번개맨으로서의 자세를 절대 놓지 않아야 해요. 저는 항상 근엄하고 무게감 있게 포즈를 하고, 다른 배우들이 ‘여러분, 다시 한 번 응원해줘요’ 하고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잡아가는 거죠.”

서지훈은 “공연장에서 평상복 차림이라도 아이들이 볼까봐 담배도 절대 안 피운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번개맨을 지켜주기 위한 그 나름의 노력이다. “무대에서 보면, 제가 악당과 싸울 때 온몸을 다 써가며 응원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와요. 공연 내용 중에 제가 항상 어느 시점에서 시련을 겪는 부분이 있어요. 그때 모든 아이들이 ‘번개맨’을 외치기 시작하는데, 조금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예요.” 

그는 번개맨 분장을 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봉사활동도 자주 한다. “환자복을 입은 채로 뛰어와서 손을 잡을 땐 마음이 짠해진다”고 그는 말했다.

‘모여라 딩동댕’의 경우, TV에 나가는 방송 분량은 보통 30분이지만 실제 녹화시간은 1시간20분 가까이 된다. 녹화 전날 대본 회의와 연습을 하루 종일 한다. 이런 식으로 2주에 한 번 촬영을 한다. 올해 가을개편부터는 ‘딩동댕 유치원’에도 출연해 사연 소개 코너인 ‘번개 파워를 주세요’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방학 기간에는 유료 공연을 전국 단위로 돈다. 여기에 EBS가 여는 비정기 행사에도 출연한다. 서지훈은 “다른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번개맨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힘이 들어도 버틸 수 있는 건 역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랑 친하게 지내야 한다’, ‘질투하지 말아야 한다’ 등 어른의 눈엔 당연해 보이는 교훈을 제가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거라서 책임감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번개 파워를 주세요’ 코너엔 정말 어린이다운 사연이 많이 와요. 얼마 전에는 ‘화장실 귀신이 너무 무섭다’고 호소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애한테 제가 ‘화장실엔 절대 귀신이 살지 않는다’고 말하며 힘차게 번개 파워를 외쳤죠.(웃음) 아마 방송을 보고 그 친구는 정말 큰 용기를 얻었을 거예요.”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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