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규모화, 고부가가치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농식품산업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농식품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시설 확대나 활발한 마케팅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 금융권에서는 사업성보다는 실적·담보 등이 있어야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영세한 농식품 기업들에게 금융권 대출은 사실상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2010년부터 농식품모태펀드를 조성해 민·관 합작으로 농식품투자조합을 결성한 뒤 영세하지만 기술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농식품경영체에 투자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국산 국화 품종 ‘백마’의 통상실시권을 취득한 한 화훼업체는 지난해 모태펀드에서 유치한 10억원의 시설투자금으로 비닐온실, 유리온실 등을 증축해 매출액이 세 배 가까이 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출이 많은 축산농가들은 모태펀드 투자금으로 고금리의 채무를 상환해 이자비용을 절감하고, 시설확장을 통해 출하 규모를 늘려 매출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특수목적펀드 출자 비중을 확대해 모태펀드의 공공성을 강화할 계획으로 기존의 정부 지원(보조, 융자)을 보완·대체하는 제3섹터형 농식품 정책금융으로 정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농식품경영체가 민간투자자금을 보다 쉽게 유치할 수 있도록 투자컨설팅, 투자로드쇼(IR) 등의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모태펀드가 본격 운용된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구체적인 수익 여부를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일부 농식품경영체는 투자 효과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성과 평가가 가능한 농식품 경영체 49개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평균 8.5% 늘어났다. 지난해 상장기업 업종 전체의 매출액 증가율이 2.6%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큰 셈이다. 또 지난 8월 말까지 모태펀드가 투자한 농업경영체에서 자금이 회수된 사례가 13건이다. 여기에 투자된 금액은 179억7500만원이었는데, 회수된 금액은 322억1400만원으로 79.2%의 수익률을 거뒀다.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기존 농업분야의 정책자금 공급은 담보 능력에 의존한 융자방식의 간접금융에 의존하여 왔다”며 “점차 농업경영체가 전업화·규모화되고 이윤 추구형 농업 등 영농주체와 영농방식이 변화하고 있으므로 농업분야에 대한 자금공급방식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식품모태펀드는 사업성과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각 분야의 경영체에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며 “기존 담보능력 위주의 자금공급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투자에 따른 수익 창출을 위한 경영컨설팅 등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 농업부문에 대한 원활한 자금공급과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농식품모태펀드(Fund of Funds): 농식품경영체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조합·회사에 출자하기 위해 정부재정이나 기금 등으로 조성한 펀드
◆ 농식품투자조합(Fund): 농식품경영체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농식품모태펀드와 민간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결성한 투자조합
◆ 농식품투자조합(Fund): 농식품경영체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농식품모태펀드와 민간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결성한 투자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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