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 심장병 환자 대다수가 느린맥박에 대해 인식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느린맥박을 뜻하는 서맥성부정맥은 심장이 1분에 50회 미만으로 박동하거나 간혹 수초 이상 정지하기도 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질환이다. 따라서 노인환자와 보호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김지훈 교수팀은 인공심박동기(페이스메이커)를 이식한 127명의 환자에게 '서맥성 부정맥 환자들의 질병에 대한 환자 이해도와 치료실태'를 표준화된 설문지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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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
조사에 따르면 첫 증상 인지 후 서맥의 유일한 치료방법인 인공심박동기 시술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2.1개월로 밝혀졌다.
이 중 증상을 느끼고 6개월 이내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의 57%인 59명에 불과했다. 12개월이 경과해도 70%인 73명만이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30%는 1년 이후에나 진단을 받고 시술을 할 정도로 치료가 늦어졌다. 심지어 한 환자에서는 이 기간이 25년까지 소요된 환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부정맥으로 인식해 심장내과나 부정맥 전문의를 바로 찾은 환자는 37%인 44명에 불과했다. 순환기내과를 찾은 환자 44명 중 31%인 15명은 다른 질환 치료나 건강검진 과정에서 서맥을 진단받아 의뢰되어 온 경우였다.
현재 서맥성부정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한 환자는 전체 응답자의 46.8%인 58명에 머물렀다. 알고 있다고 답한 58명중 37명(63.8%)은 병원 진단을 받고서야 서맥성 부정맥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답했으며, 진단을 받기 전에 이미 이 질환에 대해 알고 있던 환자는 12명(20.7%)으로 전체 응답자의 10% 미만이었다.
서맥성 부정맥은 심장 박동수가 감소해 혈액을 통해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면서 무기력증, 피로감, 운동능력 감소, 호흡곤란 등을 가져오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노화가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지적된다. 흔히 빈혈이나 저혈압, 단순 노화로 인한 무기력증으로 오인해 치료가 적시에 진행되지 않으며, 심하면 실신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밖에 고혈압 약물인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 차단제를 복용하는 경우, 장거리 육상 선수,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같은 심장질환을 앓은 경우에도 서맥성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 유병률은 노태호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에서 서맥성 부정맥으로 진단받고 영구심박동기 시술을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2000년 인구 100만 명당 19.3명에 불과하던 환자수가, 2012년에는 53.1명으로 약 2.75배 늘었다.
노태호 교수는 “대표적 노인성 심질환 중 하나인 서맥성 부정맥에 대한 이해가 심각하게 낮아 어지럼증 등 서맥성 부정맥의 주요 증상을 나이가 많아지면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워 발견이 늦고, 기기 이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진단 후에도 시술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서맥성 부정맥은 적기에 치료만 받는다면 훨씬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으므로, 60세 이상에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빈혈이나 저혈압 등으로 자가 진단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11월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 발표 예정이다.
헬스팀 최성훈 기자 cs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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