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빗 모로 감독의 ‘서른아홉, 열아홉’(수임/배급 판시네마)는 말 그대로 39살 여자와 19살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다.
여주인공 알리스(비르지니 에피라)는 39세 패션 에디터이자 딸을 홀로 키우는 이혼녀. 직장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 꼼꼼함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반면 융통성 없고 고리타분하기까지 한 성격 때문에 사장의 눈에 들지 못한다.
19살 건축학도에 키티 스티커가 붙여진 분홍색 스쿠터를 몰고 다니는 발타자르(피에르 니네이)는 비행기에서 알리스의 옆자리에 앉은 뒤 그녀에게 모든 마음을 빼앗긴다. 무려 20살 나이 차지만 그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
알리스는 발타자르를 이용해 자신이 결코 고리타분하지 않음을 증명(?)해 보이려고 하고, 발타자르는 그런 알리스의 꿍꿍이도 모른 채 점점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러면서 알리스 역시 한없이 해맑고 건강한 발타자르에게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영미권의 흔한 로맨틱코미디 공식에서 그리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각종 오해와 난관을 극복한 뒤 다시 결합하는 스토리 양식을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른아홉, 열아홉’이 주는 매력이라면, 남녀 주인공의 20살이라는 어마어마한 나이 차이가 시작부터 흥미를 돋운다는 점이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요시하는 남자 발타자르와, 결국은 나쁜 결말을 맞게 될 거라 예단해버리고 자신을 방어하는 알리스의 남녀간의 시각 차이가 나이 차이보다 더 큰 갈등을 야기한다.
연상녀와 연하남의 러브스토리는 흔하지만 20살 차이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데이비 모로 감독은 특별하다기 보다는 연애하면서 누구나 느낄 법한 흔한 감정을 알리스와 발타자르, 두 인물에 이입시키며 보는 이들의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이유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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