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은 돈에 눈먼 삐뚤어진 상혼에서 비롯된다. 원산지 표시 위반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 교육은 허술하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3000개 안팎의 음식점이나 정육점 등이 원산지 거짓표시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원산지 미표시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업소도 매년 1500∼1900개에 달한다.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단속에 걸린 업소는 2010년 4894개소, 지난해 4443개소, 올해는 상반기에만 2533개소에 달했다.
◆돼지고기 원산지 DNA 분석 안 돼
쇠고기 소매가(한우등심 1등급 이상 500g)는 평균 3만4000원이다. 수입품의 세 배나 된다. 원산지를 속여 팔면 그만큼 더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500g)의 소매가는 평균 1만원이다. 수입품의 두 배다.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원산지 표시 위반이 많지만 원산지 위반 단속에 걸릴 확률은 낮다. 한우와 외국산 쇠고기는 유전자(DNA) 차이 때문에 단속반이 뜨면 빠져나갈 수 없다. 국내 양돈농가에서 사육하는 돼지는 덴마크의 랜드레이스종이나 영국의 요크셔종 등을 들여와 번식시켰다. 국내산과 외국산의 유전자가 같다. 제주에서 국내 토종 돼지를 키우고 있다고 하지만 소규모다. 돼지고기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은 단속원의 오랜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기의 육질과 색깔 등에서 일반인이 알 수 없는 미세한 차이가 있는데 단속원들은 이것을 직감으로 찾아낸다.
농관원 관계자는 “수십년간 쌓아온 단속원들의 경험과 직감으로 돼지고기 원산지 표시 위반의 70∼80%를 잡아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습 위반자들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내놓으라며 ‘배째라식’으로 버틴다. 이럴 때는 어디서 돼지고기를 구입했는지 추적하고, 판매처를 다시 체크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원산지 표시 교육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위생교육 때 같이 하고 있다. 자체 교육이 없다. 식품위생법에 원산지 표시 교육이 명시돼 있지도 않다. 교육 대상도 음식업자나 고춧가루·참기름 제조업자 등이고 농산물 유통업자는 빠져 있다. 원산지 표시 위반을 저지르는 사람은 업주지만 대부분 종업원이 교육을 받는다. 이렇다 보니 교육이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원산지 표시 대상이 확대됐는데도 이를 상인들이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전통시장은 명예감시원을 동원해 홍보를 하고 있지만 위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원산지 표시 위반에 따른 벌금이나 과태료도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원산지 거짓표시로 걸리면 벌금은 평균 200만원선이고 원산지 미표시는 적발된 판매물량에 시가를 곱해서 과태료를 부과한다. 식당들은 많은 물량을 저장해놓고 있지 않아 단속되더라도 과태료가 수십만원에 불과하다.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원산지 미표시로 적발된 7998곳에 부과된 과태료는 28억5395만원으로 업소당 36만원이 안 된다.
◆유전자 분석 개발, 교육 법제화 추진
농관원은 지난해 말부터 돼지고기 원산지를 알아낼 수 있는 유전자 분석법 개발에 착수했다. 농관원 관계자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연말까지 소기의 성과를 거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원산지 표시 교육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와 협의해 식품위생교육 때 병행하고 원산지 표시 교육을 식품위생법에 명시하면 교육효과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표시 교육 대상에 농산물 유통업자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는 위반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규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단속에 걸리면 ‘잘 몰랐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 운전면허 취소자 특별교통안전교육처럼 위반자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대상과 표시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6월부터는 원산지 거짓표시를 2년간 두 번 이상 하면 형사처벌 외에 과징금을 판매액의 2∼5배 부과한다.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 측은 “원산지 표시 위반은 박근혜 대통령이 척결 대상으로 삼은 4대악 중의 하나인 불량식품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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