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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갑은 9년 전 남편으로부터 농지를 증여받았다. 갑은 농지 인근에서 거주하며 미용실을 운영했다. 수입은 별로 없었고 고객은 주로 농민이었다. 그러다 보니 농사가 바쁠 때는 농사일에 전념하기도 했다. 남편이 농업후계자이기 때문에 남편 도움으로 벼농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별거하게 됐고, 남편의 거주지는 갑과 달랐다. 그 후 갑은 농지를 양도하게 됐고, 8년 자경을 이유로 양도소득세 감면신청을 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직접 경작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감면신청을 거부했다. 게다가 직접 경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부인하고 오히려 920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갑은 억울한 마음에 불복했다. 이의신청을 거쳐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그러나 결론은 기각이었다.
필자가 불복심사를 많이 받아본 결과 8년 자경은 행정심판단계에서는 쉽게 인정해주지 않는다. 심사위원들이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느 심사위원은 회의에 출석한 납세자에게 손을 보여 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농사를 지었다면 손이 거칠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심한 생각에 “요즘 기계로 하지 손으로 경작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반박하곤 했다.
8년 자경은 승소확률이 높은 분야가 아니다. 다행히 갑은 1심에서 8년 자경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많은 이웃주민은 갑이 직접 경작했다는 확인서를 써주었는데 과세당국은 믿지 않았다. 오히려 자경하지 않았다는 주민 한사람의 확인서를 과세근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그 주민은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 “갑의 부부가 농지를 함께 경작한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본 적은 없고, 세무공무원이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는다고 하기에 최근 5년간 위 부부가 함께 거주하며 이 사건의 농지를 경작하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그 결과 갑은 승소했지만 과세당국은 항소했다. 국세청은 이런 식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기에 끈질기게 싸우지 않으면 자경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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