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선거에서 50% 이상을 득표하는 후보자가 없으면 오는 24일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한 결선투표가 열린다.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에르도안 후보의 과반 득표가 거의 확실시된다.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개표가 52% 진행된 상황에서 에르도안 후보는 55.68%, 이흐산오울루 후보 35.79%, 데미르타시 후보 8.41%를 득표했다. 앞서 터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A&G는 대선 전 에르도안이 55.1%, 이흐산오울루는 33%, 데미르타시 11.6%를 득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선이 ‘현대판 술탄’을 꿈꾸는 에르도안 총리의 야망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임 제한 규정 탓에 ‘현대판 차르’가 어려워지자 총리로 자리를 바꿨다가 다시 대통령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터키는 오스만제국이 붕괴한 뒤 내각제 형태의 공화정을 선택했다. 총선을 통해 선출된 총리가 국정을 이끌고 의회가 선출하는 대통령은 실권이 거의 없는 상징적 국가수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고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해 1차례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에르도안은 대선 전 대통령제로 헌법을 바꾸고 개헌 전이라도 내각회의 주재 등 현행 헌법상 권한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해부터 독재와 불통, 부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AKP가 건국 이후 90여년간 터키 사회의 근간이 된 세속주의를 없애려 한다며 수개월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또 최근에는 에르도안 총리 일가의 부정부패 녹취테이프가 유튜브에 공개돼 국제적 망신과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NYT는 “종교적으로는 보수, 정치적으로는 포퓰리즘, 경제적으로는 성장 지상주의라는 에르도안 색깔이 장기집권을 가능케 했다”며 “에르도안은 아마 터키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23년에도 대통령인 자신을 꿈꾸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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