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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제공 |
“이순신이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원인이 역사적으로 규명이 안 됐다. 일본은 패배한 이유를 모른다. 이순신은 명량해전 전날 저녁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 이렇게 하면 진다’고 가르쳐 줬다고 썼다. 명량해전 승리 후에는 ‘이는 실로 천행이었다(此實天幸)’고만 했다. 나는 그 신인이 무슨 얘기를 했을까, 오래 고민했다. 이순신의 내면 세계를 추측해봤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다. 나라를 살리고 백성을 구하려는 이순신의 정성이 지극해서, 하늘을 움직인 것 아닌가. 이순신은 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명량’을 만든 김한민 감독의 생각이 나와 같았다.”
―‘명량’ 제작 과정에 참여했나.
“헌법재판관 시절인 2년 전쯤 우연찮게 김 감독과 국밥집에서 만났다. 나의 이순신 강연을 들었던 김 감독의 형이 다리를 놨다.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 회오리 바다’를 기획 중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내 책을 읽고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김 감독과 나는 이순신이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원인에 공감했다. 김 감독은 내가 지은 시(詩)를 책상 앞에 붙여놓고 ‘명량’을 찍었다고 한다.”
김 전 재판관의 저서 ‘이순신’은 이 시로 끝난다. ‘한산 바다 거북전선/적의 탐욕 응징했고/명량 바다 열두 전선/배달 불꽃 되살렸네/…/영웅으로 태어나서/성웅으로 돌아가니/거룩하다 님의 생애/죽었어도 살았도다!’ 김 감독은 최근 김 전 재판관의 저서를 소개하는 글에서 “12척 대 133척, 이 불가사의한 승리를 영화로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왔다. 이 책은 막연했던 영화 ‘명량’에 강한 확신을 주었다”고 썼다.
―‘명량’이 연일 관람객 동원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흐뭇하겠다.
“김 감독을 도와서 ‘명량’을 명품으로 만들어서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면 내가 백번, 이백번 강연해서 몇 만 명에게 이순신을 알리는 것보다 더 이순신을 국민에게 가깝게 맺어주는 것 아니겠나. 김 감독이 소중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명량’ 촬영 전에 지내는 고사(告祀)에도 참석했고 촬영 현장도 찾았다. 김 감독을 만난 뒤로는 이순신 강연에서 주로 명량해전을 주제로 삼았다. 강연 말미엔 김 감독 자랑과 영화 ‘명량’ 선전을 잊지 않았다.”
―‘명량’의 흥행 성공 저변엔 영화 외적인 뭔가 깔려 있는 것 같다.
“우리 국민이 이순신 같은 인물을 갈망하기 때문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 자기의 명예, 심지어는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백성을 살리고 나라를 지켜내려는 지극한 나라 사랑과 위험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솔선수범해 정성을 다하는 지도자 이순신의 무한책임의식이 국민의 마음에 울림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도망친 선장이나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 당시 도망친 군 간부도 앞에 놓을 가치와 뒤에 놓아야 할 가치를 전도시켜 자기만 살고 보자 해서 도망간 게 아닐까. 전도된 가치를 바로잡을 약재로는 이순신 정신이 가장 큰 보약이라 생각된다.”
―영화 ‘명량’이 떴으니 책도 많이 팔릴 것 같다.
“출판사에서 신문에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웃음) 지금까지 3만5000부 정도 팔렸는데 인세는 1원도 받지 않았다. 인세로는 ‘이순신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순신 독서감상문 행사도 개최한다.”
그 말을 듣고 책을 확인해보니 ‘수익금 전액은 충무공사상 선양기금으로 사용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부박한 질문을 던진 기자는 민망해졌다.
―‘이순신 아카데미’는 뭔가.
“누구나 이순신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이순신 강좌다. 원래는 남녀노소 누구나 이순신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이순신 학교’를 만들 계획이었다. 세월호 참사나 군 총기·폭행 사건도 인성이 바로서야 해결되는 문제다. 교육부가 추진하면 힘을 받을 것 같아서 6년 전쯤 교육부에 문의했다. 서너 달 뒤에 ‘참 훌륭한 생각이다. 그 문제는 두고두고 연구하겠다’는 답신이 왔다. 지금도 연구 중인지 답신은 없다. 그러던 차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순신은 자조정신을 강조했는데 내가 너무 정부에 의존하려 하지 않았나. 이순신이 저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손쉬운 일부터 해보자고 시작한 게 이순신 아카데미다.”
조남규 외교안보부장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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