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다른 촉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하정우는 요 몇 년 새 관객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각인됐다. 그리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23일 개봉해 10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연일 신기록을 경신 중인 ‘군도’는 하정우의 재발견을 일깨워준 작품이기도 하다. 삭발 투혼은 단지 외형적인 변화에 불과했다. 극 중 쇠백정 돌무치로 분한 하정우는 행동, 걸음걸이, 버릇 하나하나에 영혼을 불어넣는 연기로 “역시 하정우!”라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하정우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지난해 ‘롤러코스터’를 시작으로 현재 ‘허삼관 매혈기’를 촬영 중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연출, 각본, 주연까지 맡아 다재다능함을 뽐낼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작품이다.
하정우의 영화사랑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고, 실제 그는 평소 수많은 작품을 섭렵하는 영화광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에게 ‘팬들에게 추천하는 인생의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워렌 비티·아네트 베닝 주연의 ‘러브 어페어’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개봉한 지 어느덧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최고의 멜로영화’로 남아있는 작품.
‘군도’에서의 돌무치와 ‘러브 어페어’는 좀처럼 연상이 되지 않는 조합이지만, ‘러브픽션’(감독 전계수, 2012)에서의 ‘구주월’을 생각하니 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많은 팬들의 염원처럼 언젠가 진한 정통 로맨스 영화의 남자주인공으로 활약하는 하정우의 모습도 기대해본다.

제목: 러브 어페어(1994, 미국)
감독: 글렌 고든 카슨
국내개봉: 1995년 3월11일
장르: 멜로, 드라마
러닝타임: 108분
등급: 15세이상관람가
# 하정우 Says..
낭만이 있는 영화, 그리고 따뜻함이 있는 영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명작으로 남을 영화. 남녀 사이의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배경이나 분위기, 음악(OST), 게다가 명대사까지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룬, 한 마디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워렌 비티의 절제된 바람둥이 역할이 인상적이었고. 배우라면 누구나 이런 클래식 멜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꿈꿀 것.

레오 맥케리 감독의 1939년작(도로시 맥케일/험프리 보가트 주연)과 1957년작(캐리 그랜트/데보라 카)에 이어 1994년 글렌 고든 카슨 감독에 의해 세 번째로 리메이크 된 러브스토리의 고전.
1957년작은 톰 행크스·맥 라이언 주연의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감독 노라 에프론, 1993)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러브 어페어’는 리메이크작임에도 ‘형만한 아우 없다’는 징크스를 깨고 전 세계 흥행에 성공했다. 남녀 주연배우인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은 영화 ‘벅시’(감독 배리 레빈슨)로 만나 결혼에 골인한 뒤 이 영화에 동반 출연해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캐서린 헵번의 노년의 모습을 만나볼 수도 있다.
‘러브 어페어’는 클래식한 멜로영화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마이크 갬브릴(워렌 비티)은 은퇴한 풋볼 쿼터백 스타로, 유명한 바람둥이다. 얼마 전 유명 방송인과 약혼을 발표한 그는 호주행 비행기에서 아름다운 여인 테리 맥케이(아네트 베닝)과 만나 첫 눈에 반한다.
그리고 이들이 탄 비행기는 엔진 고장으로 타히티 섬에 머무르게 되고, 갬브릴과 맥케이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헤어질 무렵, 3개월 후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에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보면 더 좋은 영화. 엔니오 모리꼬네의 ‘피아노 솔로(Piano Solo)’, 극 중 아네트 베닝이 부른 비틀즈의 ‘아이 윌(I Will)’ 등은 지금까지도 ‘러브 어페어’를 대표하는 곡으로 사랑 받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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