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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고혈짜는 ‘악성 나까마’

입력 : 2014-07-31 21:39:53 수정 : 2014-08-01 00: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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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류 물품 사들여 웃돈받고 되팔아 “가압류 재산에 대한 법원 경매가 열린 날, 저희 집에 몰려 온 중년 남자들 중 한 명이 TV·세탁기·냉장고 등 살림을 50만원에 사들인 뒤 ‘살림 없이 어떻게 살 거냐’며 80만원에 되팔겠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다시 돈을 빌려서라도 가져왔습니다.”

3년 전 대부업체로부터 급전 500만원을 빌렸던 김모(52·여)씨는 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재산을 가압류당했다. 이자로 인해 불어난 빚은 770만원. 법원 경매가 끝난 뒤 채무는 되레 820만원으로 늘어났다. 대부업체는 낙찰가 50만원에서 경매 신청에 쓴 수수료 20만원을 뺀 30만원만 공제해줬다. 여기에 가압류 물품을 사들여 되파는 일명 ‘나까마’(중개상을 뜻하는 일본어)가 개입하며 김씨는 80만원을 더 쓰게 됐다. 김씨는 “차라리 경매가 무산됐으면 나았을 것”이라며 “이상한 사람들이 개입해서 내 살림 그대로 쓰는데 빚만 50만원 더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무자의 고혈을 빼먹는 ‘나까마’가 법원 경매 시장에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가압류 재산을 사들인 뒤 채무자에게 웃돈을 붙여 되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은 은행 0.80%, 저축은행 20.4%, 대부업체 7.6%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사람들이 먹잇감이 된다.

제2금융권에서 채권 추심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경매가 열리는 가정집에 가보면 살림이 오래됐거나 초라해 일반인이 구입하는 일은 드물다”며 “나까마들이나 돈벌이용으로 이런 물건을 사들여 본인에게 되판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채무자가 처음에는 ‘갖고 가라’며 거절하지만 며칠 못 버티고 돌려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무자에게 물건을 되파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빚진 사람의 주머니를 터는 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나까마’들은 가격이 최대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만큼 웃돈을 붙여 되파는 수법을 쓴다. 경매가 유찰돼 최종 3차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한 번 밀릴 때마다 가격은 감정가에서 20%씩 떨어진다. 1차 때 100만원이었다면 3차에는 64만원이 된다. 마진 폭을 높이기 위해 3차 때까지 지켜본다고 한다.

이 시장에 나까마가 활개치게 된 데는 일반인의 참여가 어렵다는 점이 있다. 현재 법원을 대리해 경매를 진행하는 집행관실에서는 압류 물품을 일괄 판매하고 있다. TV 하나가 마음에 들더라도 함께 나온 소파, 시계, 오래된 냉장고 등 생활용품을 모두 구입해야 한다. 경매 일정도 알기 어렵다. 온라인 사이트 ‘법원경매정보’에 일정이 사전 고지되긴 해도 실상은 집행관실에서 매일 아침 진행 여부와 시간을 결정한다. 아침 9시쯤에 각 법원의 집행관실을 방문하거나 사무실에 전화해 사건별로 일일이 물어보지 않으면 진행 여부를 알 수 없다. 일정이 올라와 있어도 당일 취소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전문 집단이 아니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집행관실에서 나까마의 편의를 봐주고 접대를 받는다”는 유착 의혹이 업계에 팽배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까마들의 주업은 돈 단위가 큰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브로커”라며 “용돈 벌이로 하는 경매 물품 되팔기를 통해 집행관실과 상부상조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많이 봤다”고 말했다.

집행관은 채무자의 재산을 가압류·경매·매각하는 일체의 절차를 담당하며 10년 이상 법원 경력을 쌓은 퇴직자가 맡는다. 4년 임기의 개인사업자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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