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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도’ 하정우 “돌무치 나이 18세, 거리낌 없었다”

입력 : 2014-07-28 20:44:02 수정 : 2014-07-29 23: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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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출연하면 흥행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로 이름값 제대로 하고 있는 배우 하정우(36) 말이다. 군 제대 후 첫 스크린에 복귀한 강동원과 투톱 주연을 담당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가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어마무시’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도 하정우의 ‘감( 感)’은 틀리지 않았다. 그동안의 ‘흥행 촉’은 거의 다 맞았다고 말하는 그 당당함에서 충무로 대세 배우다운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군도’가 개봉하기 전 하정우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영화를 처음 보고 2시간17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졌다는 그는 “영화의 태생 자체가 ‘오락’ 아닌가. 처음부터 멋진 오락영화 한 편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군도’는 ‘하정우의 삭발’에서 시작되고 점철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멋진 외모와 검술로 대한민국 여심을 뒤흔드는 강동원(조윤 역)도 있지만, 하정우의 민머리 비주얼이 워낙 강렬한 탓에 먼 훗날 관객들이 ‘군도’를 생각할 때 그의 삭발부터 떠올릴 게 자명하다.

‘군도’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12살 지능을 지닌 쇠백정 돌무치에서 지리산 추설이라 불리는 의적떼 군도에 들어가 ‘도치’로 변모하게 되는 인물. 특히 그가 첫 등장할 때의 나이는 18세로, 실제 나이 만 36세인 하정우와는 꽤나 괴리가 있는 배역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돌무치의 나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 웃으신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꼭 웃으라고만 넣은 대사는 아니었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조선 후기에는 평균 수명이 35세였대요. 돌무치 같은 천민들은 못 먹고 일만 죽어라 했으니 노화도 빨랐겠죠. 따지고 보면 실제 제 나이(30대 중반), 외모가 그 당시 18~20세와 맞는 거예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웃기긴 해요.(웃음)”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나 시사회에서 그는 이 영화에서 ‘귀여움’을 담당했노라고 공언한 바 있다. 강동원이 ‘멋짐’을 담당했다고 하니, 두 캐릭터의 극명한 차이는 여기서 나타난 셈이다. 심지어 하정우는 화재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은 뒤 민머리가 되는 도치의 첫 등장신에서 스스로 ‘물개’가 떠올랐다며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망가졌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하정우의,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만을 위한 캐릭터의 탄생은 실로 위대해 보였다.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물개’가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었나요? 이 점이 식상하지 않다고 자부해요. 대학 시절 연극할 때부터 삭발은 했던 거니, 그리 큰 결심 끝에 삭발을 감행하진 않았어요. 돌무치/도치 역 맡으면서 ‘핸콕’의 윌 스미스나, ‘캐릭비안의 해적’ 조니 뎁, ‘12몽키스’ 브래드 피트 등을 참고했어요. 멍한 눈빛과 말투, 약간의 위트가 첨가된 인물들이죠. 돌무치가 12세 지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 순수해 보여야 했고, 버릇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약간의 틱장애 설정도 했어요. 수레를 끌고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에서는 스티비 원더나 레이 찰스 같은 흑인 팝가수들의 소울을 첨가하려고도 했죠. 그루브(groove)가 느껴지지 않던가요?(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불가피하게 라이벌 구도가 생겨버린 강동원에 대해서는 “아름답다”를 연발했다. 스크린을 통해 다시 입증해 보인 ‘꽃미남’ 외모뿐 아니라, 철저한 준비성에 크게 감탄했다고도 했다.

“강동원 혼자 배우인 줄 알았다니까.(웃음) 그만큼 그의 연기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꼈다는 거죠. 그런데 강동원씨가 연기한 조윤 캐릭터는 그렇게 멋져 보여야 했어요. 조윤은 정적이고 차가웠고, 돌무치는 뭔가 이글이글 거리고 뜨거운 이미지랄까. 그게 명확히 대비돼야 했죠. 동원씨는 정말 노력파이기도 해요. 배우들 중 제일 먼저 트레이닝 시작했고요. 4년 만의 복귀작이기도 했고, 그만큼 열정적으로 준비했구나 느꼈죠. 그리고 강동원은 미식가예요. 영화 세트장이 있는 새만금, 하동, 문경, 담양, 영원 등을 돌며 전국의 맛집은 다 다닌 것 같아요. 그런 매력.(웃음)”

‘용서받지 못한 자’(2005)를 시작으로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그리고 ‘군도’까지 무려 네 편째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윤종빈 감독에 대한 애정 가득 담긴 평가도 서슴지 않았다.

“윤종빈 감독은 제 학교 후배이자 친구지만, 감독으로 따지면 저보다 한참 선배죠. 이번 영화 찍을 때는 제가 ‘허삼관 매혈기’ 연출을 준비 중이기도 할 때여서 정말 많은 질문을 퍼부은 것 같아요. 첫 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 찍을 때는 윤 감독이나 배우인 저나, 서로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라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현장에서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은 느낌? (디렉팅에) 거침이 없어졌고, 방향성은 뚜렷해졌어요. 그만큼 많이 준비했고 고민했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윤종빈 감독은 하정우와 2박3일 동안 합숙하며 ‘허삼관 매혈기’ 각본에도 참여할 만큼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고, 하정우는 크레딧에 각본가로 윤종빈의 이름을 넣겠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에도 출연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글쎄…”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작품과 배역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되어보니 감독들의 마음을 이제서야 잘 알 것 같다”고 말하는 하정우는 현재 ‘허삼관 매혈기’의 촬영에 한창이다. ‘롤러코스터’에 이은 두 번째 연출작은 물론, 배우 하지원과 주연까지 맡아 완성작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군도’에서 윤종빈 감독에게 배운 것이라며 ‘협업(콜라보레이션)’을 꼽았다.

“첫 연출작인 ‘롤러코스터’ 때는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을 많이 했다면, ‘허삼관 매혈기’는 각본, 촬영팀, 무대 세팅, 장치 등 하나 하나에 모두 신경 쓰며 배우·스태프들과의 협업을 중요시하고 있어요. ‘군도’ 등 많은 영화를 해오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부분이고, 감독으로서 두 번째 작품을 하면서 또 다시 절실하게 깨달았거든요. 배우로 참여한 ‘군도’든, 제 이름 걸고 하는 ‘허삼관 매혈기’ 든 흥행도 잘 되고, 관객들에게도 잘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촉을 믿어봐야겠죠.”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스포츠월드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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