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북유럽 야생동물들 생존방식 8년에 걸쳐 찍은 ‘자연 다큐’

입력 : 2014-07-24 22:42:14 수정 : 2014-07-24 22:42:14

인쇄 메일 url 공유 - +

‘숲의 전설’
고대 핀란드인들은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나무를 축으로 사방으로 뻗어 세상을 뒤덮고, 나무가 하늘을 떠받치며 우주를 지켜준다고 믿었다. 이들은 그 나무를 ‘세계수’라고 불렀다. 신성한 숲을 보호하기 위해 숲 속 요정과 물의 정령, 도깨비들이 함께 살았던 시절, 나무와 사람이 운명을 같이 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원시림 속 야생 동물들의 경이로운 모습들과 함께 펼쳐진다.

힐링무비 ‘숲의 전설’은 태 곳 적부터 변함없이 보존되어온 핀란드의 자연림과 숲 속에 사는 야생 동식물들을 카메라에 담은 자연 다큐멘터리다.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는 유럽에서 원형이 보존된 원시림의 30%를 보유하고 있다. 국토의 68%가 삼림이고, 각종 야생 동식물들은 천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12만 마리의 사슴과 240종의 곰, 독수리·올빼미·까막딱따구리 등 400여 종의 조류가 지난 수천 년 동안 그랬듯이 지금도 사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 다큐는 이러한 북유럽 야생 동물들 각각의 독특한 생존 방식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핀란드 남동부 러시아 국경 지대에 있는 남카렐리야 지역 라우티애르비와 파리칼라에서 장장 8년에 걸쳐 촬영됐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장엄해지는 숲의 아름다움과 거대한 폭풍우가 숲에 미치는 힘, 생태의 변화에 분주히 적응해 살아가는 크고 작은 동식물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극영화가 줄 수 없는 정보와 감동을 관객들에게 안겨준다. 숲 속 가장 작은 생명체들의 거대한 여정을 다룬 ‘마이크로 코스모스’(1996), 차가운 얼음 땅에서 펼쳐지는 황제펭귄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펭귄 - 위대한 모험’(2005), 지금껏 보지 못한 신비로운 바닷 속 세계를 소개한 ‘오션스’(2010), 아마존의 원초적인 에너지와 생명력을 실감 나게 담아낸 ‘아마존의 눈물’(2010) 등에 이어 ‘숲의 전설’이 명품 자연 다큐멘터리의 계보를 잇는다.

‘숲의 전설’이 지닌 힘은 관객들이 마치 싱그러운 야생림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데서 나온다. 현대인들의 지친 눈은 푸른 나무로 정화되고, 도시의 인위적인 생활에 건조해진 마음은 동식물들의 천연덕스러운 행동으로 위안받는다. 숲과 물, 바람과 태양, 나무와 풀, 그리고 숲의 정령과 야생 동물들이 엮어내는 드라마가 핀란드 숲의 마법 같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생명의 근원인 물,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던 곰, 폭풍과 산불 뒤에 시작되는 또 다른 삶, 그리고 영겁의 세월 동안 한자리에 머물러온 숲의 모습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반 영화와는 반대로, 되도록 극장의 앞자리에서 관람하는 게 좋다. ‘숲의 전설’은 극장의 압도적인 스크린을 통해, 산을 찾지 못하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올여름 ‘휴양림’이 되어준다.

김신성 기자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