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띠모양 붉은 수포 발진… 통증 극심

“어렸을 때 수두에 걸린 뒤 수두 바이러스가 우리 몸 안에 숨어 있다가, 연령이 높아지거나 장기간의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되면서 대상포진을 일으킵니다. 대상포진의 핵심은 바이러스가 신경을 파괴한다는 겁니다. 피부 발진과 더불어 신경이 파괴된 곳에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통상 50대 장년층부터 대상포진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그 시기와 맞물려 발병률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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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의 증상. 옆구리(왼쪽 사진)와 등아래(오른쪽 사진) 등 우리 몸 곳곳에 띠 모양의 포진이 생겨나고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처럼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대상포진이 요즘 젊은 층까지 위협하고 있다. 20, 30대 청년도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대상포진을 피해 가기 어렵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직장에서 받는 업무 스트레스, 인간관계 등에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나 피로감 등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킵니다. 그 때문에 과로에 시달리는 젊은 층도 대상포진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죠. 의사인 저도 서른아홉 살 때 대상포진을 앓은 경험이 있습니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자연히 업무량이 많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직종이 대상포진 고위험군일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특정 직군을 고위험군으로 단정짓긴 어렵다고 한다. 이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집단, 장기간 항암치료를 받거나 만성질환을 앓은 환자들을 대상포진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건 우울증 같은 심리적 요인도 대상포진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감정 변화 등 심리적 요인이 인체의 면역 체계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우울증이나 디스크 환자들의 경우 딱히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대상포진에 걸리는 사례가 종종 있어요. 특히 우울증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대상포진 치료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 사용이 기본이다. 발진이 나타나고 2, 3일 안에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몸 곳곳에서 욱신욱신한 통증이 느껴지고 울긋불긋한 반점이 생긴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대상포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급성기의 통증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소염제나 진통제 등을 함께 복용해 통증을 완화시켜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예방 백신의 접종이다.
“대한감염학회는 60세 이상에게 대상포진 예방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연령에 따라 효과가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약 50%의 예방 효과가 있죠. 접종을 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나 통증에 대한 예방 효과도 60∼70%가 있으므로 50세가 넘으면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습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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