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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中·日 등선 여전히 사전 전성시대 20C 한국인 삶 반영한 사전 만들어야"

관련이슈 국어死전…맥끊긴 민족지혜의 심장

입력 : 2014-07-04 01:29:56 수정 : 2014-07-04 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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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한권, 논문 20여편 맞먹어
연구·학술실적으로 인정해야”
시선을 해외로 돌리면 국어사전의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로 여겨진다. 지금도 영국 옥스퍼드대사전은 반스앤드노블 인터넷 서점에서 20권 1질 995달러에 절찬 판매 중이다.

사전의 나라 일본은 어떠한가. 100년 역사의 이와나미서점 오카모토 아쓰시 사장은 최근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대표적 일어 중사전인 고지엔(廣辭苑) 판매량에 대해 “지금은 전자사전 형태로 많이 나가지만 종이사전도 여전히 많이 팔린다. 10년마다 새로 인쇄하는데, 2008년에 나온 6판도 100만부나 팔렸다”고 말했다. 감각적인 뜻풀이를 담아 ‘읽는 재미가 있는 사전’으로 유명한 산세이도의 신메이카이(新明解) 사전은 지금까지 7판이 나오며 무려 2080만부가 팔렸다. 워낙 인기 좋아 모으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중국은 새로운 사전 강국이라고 한다. 성균관대 전광진 문과대학장은 “중국은 사전의 전성시대가 열려 문학작품, 시대별로 상상할 수 있는 종류의 사전은 거의 다 나올 정도로 융성하고 있다”며 “문화혁명 이후 10여년간 학자가 배출 안 되다 보니 사전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생겨 사전 제작부터 다시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사전은 시대의 유물로 사라질 신세인지 몰라도 국어사전은 “아직 이룬 것보다 이뤄야 할 과업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국어학계의 장탄식이다.

서상규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장은 “현대 한국어의 형성기, 오늘날 우리말의 뿌리가 된 시기가 조선시대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1900년대인데 이 시기에 대한 언어사전을 만드는 것이 제일 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카페’라고 하면 커피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1956년도 어휘빈도 조사 결과를 보면 ‘카페=주점’이고 ‘카페 여급’이라는 말도 쓰였는데 50년 만에 완전히 다른 지위를 갖게 됐다”며 “100년 사이 한국어는 굉장히 격동적으로 변화했는데 단순히 뜻만 푼 게 아니라 문화, 역사, 사회, 사람, 삶의 변화를 그대로 기술한 20세기 한국어사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국 한국사전학회장은 “사전시장이 죽었다고만 할 게 아니라 사회 변화에 사전 출판도 같이 부응해나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스라엘 케너만 출판사(Kenerman Publishing)를 예로 들었다. 사전 교육을 강조한 정부 정책에 맞춰 1990년대 초반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크고 작은 사전을 편찬해 대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보리출판사 윤구병 대표는 “말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 어원사전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어원사전이 ‘남녘’이고 ‘북녘’이고 못 나온 채 외국 언어학자 이론에 따라 우리말이 마치 몽골에서 말을 타고 실려온 것처럼 생각하니 이 땅 곳곳에서 말이 싹트고 움트고 꽃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어원사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스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내가 젊거나 감옥에 중죄를 지어 20년 이상 들어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어사전 편찬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연구성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길임 경북대 교수는 “국어사전 편찬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에서 제외돼 있다”며 “사전 하나 만드는데 논문 20∼30편 쓰는 노력이 들어가는 점을 연구성과를 인정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다행히 연세대는 아주 최근에 문과대 사전을 직접 다루는 전공에 한해서 사전 편찬 결과를 연구성과로 부분적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지만, 타 대학이나 전체 학계에서는 사전 편찬이 학술실적으로 거의 인정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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