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때문에 낭패를 보는 일이 빈번하다. 가뜩이나 무덥고 습한 날씨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뻘뻘 나는데, 비까지 맞으면 두피의 눅눅하고 축축한 느낌 탓에 하루종일 기분이 불쾌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한반도 전역이 장마 영향권에 든다. 전문가들은 “비에 젖은 머리를 그냥 방치할 경우 자칫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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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여성이 가방으로 겨우 머리를 가리고 있다. 장마철 비에 젖은 머리는 즉시 감아주는 게 탈모 예방에 좋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장마철은 습도가 높아 두피가 눅눅해지기 쉽다. 여기에 기름기까지 덮여 두피가 약해지면 염증이 생긴다. 여름에는 누구나 땀을 많이 흘리는데, 땀을 제때 배출하지 못해 피지와 땀과 먼지가 뒤엉킨 노폐물이 모발의 성장을 방해하기 십상이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축축히 젖은 머리를 그대로 두면 두피와 모발의 통풍이 안 돼 두피가 습해져 세균 번식이 용이해진다.
이런 환경에선 비듬균과 곰팡이균이 두피에 널리 퍼질 수 있다. 마치 음식이 쉰 것 같은 냄새를 풍겨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장마철에 내리는 비는 산성비나 한반도 상공의 오염 물질을 머금은 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피 건강에 해로운 것은 물론이고 탈모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우리의 두피와 모발에는 하루종일 생성된 피지와 각질, 땀 그리고 왁스·헤어·스프레이 등 각종 화학제품의 잔여물이 가득하다. 여기에 비까지 맞으면 빗물에 녹아내린 온갖 유해물질이 두피를 뒤덮고 모낭 입구를 막아 피지 배출을 어렵게 만드는 게 당연한 이치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장마철에 두피를 건조하고 청결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혈액순환과 모근 성장에 악영향을 끼쳐 모발의 탈락이 빨라지면서 결국 가을철 탈모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강 원장은 “비에 젖었거나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즉시 머리를 감는 게 좋다”면서 “무엇보다 장마철에는 머리를 하루에 한 번씩 꼭 감아주되, 아침보다는 잠들기 전에 감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파마 쉽게 풀리면 탈모 가능성”
흔히 탈모는 남성의 문제로만 여기기 쉽지만, 요즘 각종 통계는 여성 탈모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탈모 증세로 병원을 찾은 여성들이 쓴 진료비가 해마다 늘어 2009년 59억원에서 2013년 85억원으로 30% 증가했다.
다만, 여성은 남성보다 모발 길이가 긴 만큼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탈모의 징후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평소보다 가르마가 뚜렷해졌거나 머리를 묶을 때 숱이 줄어든 느낌이 드는 경우, 파마가 잘 안 되거나 빨리 풀리는 경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일단 가르마가 뚜렷해지고, 정수리 주변의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가르마 부근의 모발과 두피는 자외선이나 대기 중 오염물질 등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 모근과 모발이 약해질 위험이 매우 크다. 머리를 묶었을 때 머리 뭉치가 예전보다 풍성하지 않다면 머리숱이 줄어들었거나 모발이 가늘어졌다는 증거일 수 있다. 또, 파마를 했는데 모발이 약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금방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면 탈모를 예고하는 징후일 가능성이 크다.
이규호모아름모발이식센터 이규호 원장은 “여성의 탈모는 남성처럼 눈에 띄게 증상이 심한 경우가 드물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면서 “여성들도 평소 모발의 굵기나 두피 상태의 변화, 빠지는 모발의 양 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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