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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섹스다이어리… 추잡하지만 들어볼래?

입력 : 2014-06-26 21:53:20 수정 : 2014-06-26 21: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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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
‘님포매니악(Nymphomaniac)’은 ‘여자 색정광(色情狂)’을 뜻한다. 여자 색정광의 파란만장한 섹스경험담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미지가 도발적이지만 사실 영화는 사랑과 섹스의 단계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성(性)보다는 감성(感性)을 전한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논란을 빚어내며 이슈를 만드는 문제적 감독 라스 폰 트리에는 그간 어떤 영화에서도 보여줄 수 없었던 금기의 소재를 다루지만 이를 자극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연출력과 감독 특유의 유머가 담긴 대화법, 여기에 배우의 매력적인 열연을 보태 완성도 높은 ‘섹스버스터’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두 살 때 이미 성기를 통해 희열의 느낌을 발견한 여인 조(샤를로트 갱스부르)가 남보다 더 다양한 섹스 경험 이야기를 천일야화처럼 들려주는 형식을 띤다. 낚시대전, 제롬, 미세스 H, 섬망, 오르간 학파, 동방교회와 서방교회 그리고 침묵의 오리, 거울 등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가 ‘볼륨1’과 ‘볼륨2’로 나뉘어 소개된다. 볼륨1이 님포매니악으로서의 자신을 발견해가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그렸다면 볼륨2는 님포매니악인 자신을 인정해가는 주인공의 성인 시절을 담아내며 더욱 대담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첫사랑 제롬(샤이아 러버프)과 결혼하고도 불감증에 괴로워하던 조는 어린 아들을 집에 혼자 남겨 두고 K(제이미 벨)를 찾아가 마조히즘적 쾌락에 탐닉한다. 파탄에 이른 가정생활에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면서도 색정증을 멈출 수 없는 조. 그녀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도달하는 진리는 ‘나’는 ‘나’이기에 가치 있다는 것. 

여자 색정광의 파란만장한 섹스 경험을 통해 상상하지 못한, 상상했어도 그 이상을 보여주는 화제작 ‘님포매니악’은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자극적이기보다는 서정적 감성으로 유머와 철학을 담아 관객과 조우한다.
영화는 골목에 쓰러져 있던 조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중년 남자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이 5시간 동안 그녀의 파란만장한 경험담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더하는 대화방식으로 진행된다. 조는 샐리그먼의 방에 있는 물건을 하나씩 골라 각 장의 주제를 부여해가며 경험담을 털어놓고, 샐리그먼은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려 애쓴다. 샐리그먼은 불쑥불쑥 성경과 철학, 인문학, 심지어 산악인에 대한 일화까지 꺼내든다. 점점 서로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는 듯했던 조와 샐리그먼은 마지막에 반전을 맞는다.

볼륨1에서 조가 탐닉하는 섹스는 주로 남녀의 정사이지만 불륨2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확장된다. SM(가학·피학적 행위) 플레이를 즐기는 K와 소아성애를 숨기고 살아 온 L(윌렘 대포), 레즈비언적 성향의 P(미아 고스)가 조의 인생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를 가운데 둔 두 흑인 남성이 성기를 버젓이 내놓고 서로 원하는 체위를 차지하기 위해 말다툼을 벌이는가 하면, 채찍과 매듭을 휘두르는 것은 예사다. 평생 숨기고 살았던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들켜버린 L을 조는 구강성교로 위로한다. K와 조의 가학적 행위도 인상적이다. 마치 운동기구의 사용법을 가르치듯 나름의 매뉴얼을 갖춰 행위를 하는 K와 조의 모습은 담백하다 못해 건조하기까지 하다.

볼륨1의 첫 장면, 샐리그먼에게 구조되기까지 조가 눈 내리는 뒷골목에 시체 마냥 널브러져 있던 정황이 볼륨2에서 밝혀진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으나 음부가 나오는 장면을 모두 뿌옇게 처리해 다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섹스신이 자주 나오지만, 작정한 듯 농염한 정사신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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