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이해관계에도 양국간 협력은 제한적일 듯 이라크 사태가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숙적인 미국과 이란을 가깝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에서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반군이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면서 테러 집단의 준동을 막아야 할 미국과, 같은 시아파 정권을 지켜야 하는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서로 미워하면서도 공통의 어려움이나 이해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것)인 셈이다.
실제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 내전 위기 사태를 계기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테러 집단을 응징하고자 미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미국과의 협력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오는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이란 핵협상에서 이라크 상황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이라크에서의 군사행동을 검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상군을 다시 이라크에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팀은 아라비아해 북부에 있던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을 이라크 인근 걸프만으로 이동시키고 무인기(드론) 공격이나 공습 등 유사시 동원 가능한 시나리오를 강구하고 있다.
이란은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 '쿠드스'(Quds) 소속 대원 약 150명을 파병한 데 이어 쿠드스 사령관 카셈 술라이마니가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1만명 규모의 2개 여단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 사태에서 국가이익이 일치한다고 해도 공동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을 포함해 이라크 사태에서 서로 협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워싱턴DC 정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라크가 이란을 끌어들인 것은 이란의 막대한 지원이 미국을 압박해 이라크 방위에 대한 미국의 지원 역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공화당도 이란의 과도한 개입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오바마 행정부에 공습 등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공화당 중진인 밥 코커(테네시), 존 매케인(애리조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등은 공습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미국이 늑장 대응하거나 유약하게 대처하면 이라크 정부의 이란 의존도만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연히 이라크 사태로 미국과 이란이 '같은 배'를 타기는 했지만, 협력 관계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란 고위 관료는 AFP 통신에 테헤란 지도부가 미국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고 말했으나 미국 정부 인사는 이라크 사태를 두고 이란과 진행하는 접촉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이 이라크 정부의 일을 대신할 수는 없고 당사자의 정치적 노력 없이 단기적 군사행동을 통한 지역 안정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이라크 정부에 수니파와 시아파 공동체 간 화해 중재를 촉구했다.
미국과 이란의 외교 관계는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과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단절됐으며 이후 두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원수지간이 됐다.
그러다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로하니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집권한 것을 계기로 개선되는 듯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P5+1' 및 이란이 핵 협상을 잠정적으로 타결하면서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뉴욕 소재 유엔 본부를 방문하고 귀국하는 로하니 대통령과 역사적인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 간 접촉은 36년 만에, 또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핵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공화당은 이란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외교 무대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실패하고 있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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