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유학생 위주 급속 확산… 외국선 불법물질 지정해 관리 “Feel so high(기분 너무 좋아)!”
6일 늦은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술집에 모인 20대 남성 4명(한국인 2명, 외국인 2명)이 술을 마시던 중 외국인 A씨가 바싹 마른 풀잎이 든 통을 꺼냈다.
A씨는 “외국에서 직접 들여온 허브 두 종류를 섞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이 반짝였다. A씨는 “다미아나와 다른 두 허브를 섞어서 일주일 정도 묵힌 건데 대마초와 향이나 맛이 똑같고 지속시간은 좀 짧지만 효과도 유사하다”며 “한국에서 대마초는 엄격하게 단속해 구하기 어렵지만 그 밖에 다른 허브들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가 거의 없어 해외에서 국제 택배로 배송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설명을 듣던 일행들은 자신들이 가진 담배를 꺼내 속을 빼내고 A씨가 가져온 허브를 밀어넣기 시작했다. “술과 같이 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A씨의 말에 한 손에 술잔을 들고 나머지 손에 든 허브 담배에 불을 붙인 이들은 “진짜 똑같다” “이거 팔아도 되겠다”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들이 내뿜는 연기에서는 진한 쑥향이 났다. 일행 중 담배를 피우지 않는 B씨만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잠시 후 이들은 초점이 풀린 눈으로 비틀거리며, 혀 꼬인 소리로 알아듣기 힘든 말을 주고받으며 가게를 나섰다. 가게 앞에는 경찰차가 버젓이 서 있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차 옆에서 허브 담배를 태운 뒤 자리를 떴다.
10일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외국인이나 외국에 유학을 다녀온 한국인 유학생들이 신종 유사 마약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마초와 필로폰 단속을 강화하고, 신종 마약 단속을 위해 임시마약류까지 지정하고 있지만 허브를 이용한 신종 환각 물질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로 들여와 환각 작용을 일으키기 위해 이용한 다미아나나 다른 허브의 경우 현재 그 자체로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다미아나에 필로폰이나 코카인, 합성대마 등을 섞어 만든 ‘다미아나 허브’를 유통했다가 적발된 사례는 있었지만 그 자체로는 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의 루이지애나주는 다미아나가 다른 마약류들과 섞여서 계속 유통되자 2008년 8월 주법으로 소지 자체를 금지했고, 다른 일부 국가에서도 이를 불법 물질로 지정해 단속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 문제를 유발하는 환각제에 대해서만 사후적으로 마약이나 유사마약류로 지정할 뿐 나머지는 환각 성분이 포함됐느냐 안 됐느냐로 마약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마약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경찰들 역시 뚜렷한 기준이 없어 단속에 나서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환각 작용과는 별도로 무분별한 허브의 사용은 심각한 건강상 문제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년 다미아나가 포함된 성기능촉진제가 심장질환, 뇌졸중, 저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 부적합 제품으로 등록한 바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유사 마약이라도 한번 손을 대게 되면 계속해서 강한 환각을 추구하거나 중독 및 의존의 우려가 있고, 신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