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다가오면서 1950년 ‘마라카낭의 비극’으로 불리는 치욕적인 결승전 패배를 겪었던 브라질이 과연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시 한 번 결승전을 주관하게 된 마라카낭 경기장의 60여년에 걸친 영광과 눈물이 새삼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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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장소로 결정된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 모습. EBS 제공 |
마침내 열린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승승장구한 끝에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렀다. 상대방은 같은 남미의 축구강국 우루과이.
브라질은 선수와 국민 모두 우승을 장담했지만 뜻밖에도 1대 2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이는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브라질 국민들에게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축구를 떠나면 마라카낭 경기장은 리우데자네이루 시민들에게 아련한 추억의 장소이자 삶의 일부다.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17만명이 운집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공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을 기념하는 집회 등이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마라카낭 경기장 개조 공사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일단의 투자자들에게 경기장을 넘겨 민영화하려 하자 시민들이 반발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철거 대상으로 지목된 경기장 부근 빈민촌 주민들 역시 “수십년 동안 맨손으로 마을을 일구고 지켰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소리지른다. 마라카낭 경기장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고수익을 창출하는 스포츠 상품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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