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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조정석이 캐릭터와 만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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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멀티캐스팅을 자랑한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에서 가장 강렬한 연기변신을 한 인물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배우 조정석’을 꼽겠다.

조정석은 정조 즉위 1년, 왕이 머물던 궁궐에 자객이 침투한 사건인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 왕을 암살하려는 살수(킬러, 을수 역)로 분해 악역 연기를 펼쳤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관상’의 팽헌, 그리고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의 신준호까지 주로 유쾌하고 코믹한 캐릭터로 대중의 시선을 끈 주인공이었기에 이번 연기 변신은 그야말로 ‘파격’에 가까웠다.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까지 배우 조정석하면 납뜩이를 먼저 떠올리는 관객에게 을수로 분한 자신이 혹시나 낯설게 다가오지는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전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웃음) 언제, 어딜 가나 전작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더킹 투하츠’ 은시경일 때는 납뜩이(건축학개론), 신준호(최고다 이순신)일 때는 은시경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았죠.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갈수록 전작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미세하게 비치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봐요. 납뜩이는 아마 배우 생활하면서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것 같아요. 다음에 제가 젓가락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밥 먹고 있으면 살수가 떠오른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그게 싫지는 않아요.”

잔상처럼 남아 있는 전작 이미지를 일부러 깨부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하는 그다. 유독 조정석에게 그런 질문이 많이 쏟아지는 건, 그만큼 그가 역할에 잘 몰입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대중의 머릿속에 ‘조정석’ 이름 세 글자를 아로새기기 전, 그는 10년 넘게 무대를 누비던 뮤지컬 배우였다. 그러는 동안 생긴 연기철학이 있다면, 다름 아닌 ‘사실주의’라고 말한다.

“사실주의 연기를 지향하는 편이기는 해요. 연기자 중에서도 진짜 연기를 잘하는 사람과 연기하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인물이 아예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러다 어느 순간 저와 배역이 동화되는 순간이 오면 기쁜 일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촬영이나 공연이 다 끝나도 배역과 이별하기 위해 시간이 좀 필요해요. 아마 ‘역린’ 끝나고 인터뷰를 했다면 무척 무겁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했을 거예요. 다행히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촬영을 끝내서인지 이렇게 즐겁고 화기애애하게….(웃음)”

그렇다면 조정석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그는 납뜩이나 팽헌 같은 캐릭터가 실제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관상’의 팽헌은 ‘조선판 납뜩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같은 사람이 연기했으니 두 캐릭터 모두 그의 성격이 묻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조정석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변신을 권한 사람이 있었으니, ‘역린’ 이재규 감독이다. 

이재규 감독은 납뜩이 캐릭터로 스타 반열에 오른 조정석의 눈에서 서늘하면서도 진지한 면을 발견했고,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 역할을 제안하며 그와 첫 인연을 맺었다.

“내 여러 가지를 보신 것 같아요. ‘건축학개론’ 끝내고 ‘왓츠 업’이란 종편드라마에 출연했는데, 그때는 더 까불대고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 드라마를 보시고 은시경 역할을 주신 거죠. 캐릭터가 아닌 배우 조정석을 봐주신 것 같아요. 그것이 인연이 돼 ‘역린’까지 함께하게 됐죠.”

뮤지컬계에서는 베테랑으로 꼽히는 그지만 무대를 떠난 지 3년 정도 지난 지금에서야 카메라 연기에 조금 적응하게 됐다고 말한다. 2011년 '헤드윅' 이후 무대를 잠시 떠나 있으면서도 무대 생각을 접어본 적이 없는 진정한 ‘무대파’이기도 하다.

“선후배들이 하는 공연이나 정말 훌륭한 작품을 보고 온 날은 정말 ‘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데 이제 드디어 다시 하게 됐어요. 새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6월 말부터 공연하게 됐죠. 이 작품도 관심 부탁드릴게요.”

‘역린’이 개봉한 후에도 조정석은 바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연습에, 얼마 전에는 배우 신민아와 함께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촬영도 마쳤다.

코믹하거나, 혹은 다크하거나. 이제 조정석에게 불가능한 캐릭터는 없을 것 같다. 그는 앞으로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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