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최대주주’ 美 패권 견제나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그림자는 아시아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나토가 옛소련의 침공에 대비해 서유럽의 집단안보를 도모한다는 핵심 임무가 사라지자 전 세계 대테러전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 사이버 안보 구축 등으로 전략 목표를 전환했다. 나토는 활동 전장을 북대서양에서 보스니아(1995년), 코소보(1999년), 아프가니스탄(2001년), 이라크(2003년), 리비아(2011년)로 넓혔다.
나토 목표 전환 뒤엔 외교·군사·경제 측면에서 세계 최강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패권 전략이 깔려 있다. 미국은 나토의 최대 주주이자 사실상의 결정권자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군사개입이 불가능한 분쟁 지역에 나토군을 파견했다. 미국의 외교전문 ‘포린 어페어스’는 최근 ‘나토의 결정적 실수’라는 제하 기획기사에서 “유럽 일부 회원국은 자국의 이해관계가 없고 동원할 여력이 없는데도 아프간 전장에 끌어들인 미국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아시아만의 집단안보체 창설을 공론화하고 나선 것도 아시아에서 나토(혹은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참석한 21일 ‘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회의’(CICA)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지역 안보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구를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당장 중국 주도로 중앙아시아 분리독립 움직임 대응에 집중한 상하이협력기구(SCO)와 서유럽의 동진정책에 맞선 러시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통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에 대해, 러시아는 동·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중립적 자세를 견지했다. 그간 서로에 대해 불개입 입장을 견지한 중·러가 ‘공동의 적’ 미국에 맞서 군사적으로 힘을 합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미국은 국가별 상호 안보조약만이 아니라 나토를 활용한 아시아 개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달 초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토는 일본의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우리의 당연한 파트너”라며 양측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4월 한국과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방문했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북핵 등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상황이 나토 동맹국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나토는 파트너 국가인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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