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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
이처럼 요즘 대두되는 안보와 과학기술 이슈를 접하면서 몇 해 전 미국 하버드대에 방문학자로 있으면서 자주 머물렀던 벨프 과학·국제문제센터가 떠올랐다. 올해 전 세계 대학 내 싱크 탱크 중 1위로 선정된 이 센터는 국제 안보문제, 환경과 자원 이슈, 과학기술정책 등과 관련된 연구, 교육과 훈련을 수행하는 케네디 스쿨 내 허브로 1973년 설립됐다. 이 센터의 리더십은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도전과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의 핵심 원동력이 바로 과학기술이라는 일관된 인식’으로 요약된다.
이 센터가 운영 중인 ‘과학기술 공공정책 프로그램’은 과학기술이 우리의 생활 전반에서 본질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적 모색을 주요 연구영역으로 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신재생 에너지, 인터넷 정책, 사이버 안보 등이 모두 연구영역에 해당한다. 현재 이 프로그램 내에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안보정책에 관한 분석 연구가 많다. 에너지 환경 부문의 기후변화와 지속성 이슈, 국제안보 부문의 핵관리, 정보통신기술과 혁신 부문에는 사이버 시대의 안보문제 등이 그것이다. 2012년 당시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많은 전문가의 토론, 워크숍, 세미나, 컨퍼런스 등을 통해 가장 많이 논의됐던 이슈는 핵확산과 테러, 대량 살상무기, 에너지 안보 등이었고, 우리나라와 관련된 이슈는 북한과 북핵이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이슈는 공공정책학 교수와 더불어 에너지 기술 전문가가 함께 연구를 수행했고,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서도 정보통신기술 전문가가 동등한 지위로 참여하고 있었다. 과학기술과 국제문제, 특히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자와 안보정책 전문가가 공동 협력해 심층적 정책분석과 깊은 성찰을 통해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전통적인 개념의 외교, 평화, 지역 안보와는 달리 국방, 핵, 사이버, 에너지 안보 등은 과학기술과 관계가 긴밀하다. 최근 바이오 기술에서도 ‘안전’보다 ‘안보’ 라는 확장된 개념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 시점은 핵 비확산, 국제 핵안보와 같은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보정책의 수립과 의사 결정 과정에 과학기술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확대하고 활용할 때라고 본다. 과학기술 관점에서 보다 주도적으로 참여해 안보에 기여하는 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시대적 소명이기 때문이다.
한성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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