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선거 판세는 그야말로 안갯 속이다. 당초 보수·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각각 문용린 교육감과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를 단일후보로 내세웠지만 고승덕 변호사(보수)와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구도가 복잡해졌다. 고 변호사는 교육 경력이 적지만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하는 등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윤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교육 수장’을 역임해 중량감이 있다는 평가다. 문 교육감과 조 교수 모두 두 사람의 등장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이다. 다만 윤 전 부총리는 새정치민주연합 당적 보유 논란에 휩싸이며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도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다.
앞서 일부 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보수성향 후보 간 각축 양상이었다. 지난 15일 동아일보가 조사한 후보적합도에선 문 후보(21.2%)가 고 후보(19.9%)를 근소하게 앞섰고, 조 후보(6.0%)와 윤 전 부총리(3.7%)는 낮은 편이었다. 반면 같은 날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조사에선 고 후보가 각각 29.9%와 21.0%로 문 후보(17.6%, 13.6%)를 따돌렸다. 조 후보(8.3%, 4.1%)와 윤 전 부총리(5.4%, 2.5%)는 한 자릿수였다. 하지만 모름·무응답 비율이 엄청 높은 데다 선명한 공약 경쟁과 진영 대결이 본격화하면 지지율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예측불허라는 관측이 많다.
경기도지사 도전을 위해 3선을 포기한 김상곤 전 교육감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기교육감 선거도 격전이 예상된다. 진보진영은 김 전 교육감의 뒤를 이어 이재정 전 장관을 단일 후보로 내세웠으나 보수 진영은 김광래 경기도의회 교육의원을 비롯해 최준영 전 한국산업기술대총장,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여럿이 나서 대표 선수가 정돈되지 않은 상태다.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와 결집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이 밖에 전교조 출신 등 ‘진보교육감’이 다시 출마한 광주·전북·전남·강원과 ‘보수교육감’을 뒀던 나머지 지역들은 대체적으로 현 교육감들의 우세가 점쳐지나 부산, 광주, 충북, 강원 등 일부 지역은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강은 기자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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