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경기 안산 단원고 3학년7반이었던 학생 38명은 15일 눈물로 얼룩진 스승의 날을 맞았다. 세월호 침몰로 목숨을 잃은 이지혜 교사의 첫 담임반 제자인 이들은 지난달 초 선생님께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전달하고 부쩍 어른이 된 모습을 뽐내기 위해 단원고를 찾아가기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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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인 15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남윤철 교사의 유골이 안장된 충북 청원군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에 단원고를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와 인사를 하고 있다. 남 교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제자들을 대피시키다가 목숨을 잃었다. 청원=연합뉴스 |
이 교사는 지난 3일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4층 객실 출입구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탑승 당시 탈출이 쉬웠던 5층에 묵었지만 담임반인 7반 학생 33명이 묵었던 4층에서 발견됐던 것. 이들 제자는 “선생님 성격상 아이들을 구하러 4층으로 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어교사로 학생들 가르치다 떠난 수학여행에서 이 교사는 그렇게 목숨을 잃었고, 고3 제자 38명 전원은 이 교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일부 제자는 ‘선생님과 함께 있겠다’며 분향소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날 친구들과 효행공원을 찾은 제자 김혜리(21·여·회사원)씨는 “선생님은 한마디로 ‘언니’였다”며 “동생의 잘못은 엄격하게 바로잡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걸 주는 그런 분이었다”고 말했다. 제자들은 또 “매년 스승의 날 선생님의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충북 청원군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에 있는 남윤철 교사의 묘에는 졸업생 6명이 찾아와 제자들을 대피시키다가 숨진 선생님을 추모했다. 이들은 남 교사가 단원고에 부임해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 학생들이다.
박승주(19)군은 “세월호 침몰 사고만 아니었다면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눴을 텐데 이제 영영 볼 수가 없다니 먹먹한 심정”이라며 “어엿한 대학생이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 11시쯤 희생자와 생존자 가족은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이 교사와 남윤철·최혜정 교사 등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교사 7명을 애도한 뒤 가족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했다. 이날 단원고 담장에는 선생님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글귀가 적힌 노란 리본이 길게 걸렸다.

한편 이날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친구들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찾아온 학생들과 교사·학생의 단체 방문객이 특히 많았다.
이날 교직원과 학생 약 1200명이 단체로 분향소를 찾은 서울 한 고등학교 교사 이준형(40)씨는 “최근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학교에서도 이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단체로 갖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예진 기자, 안산·청주=김영석·김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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