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과 조류 체계적 연구 노력 필요 우리나라 서해안이나 남해안을 관찰하게 되면 수초 내지 수분 주기로 밀려오는 파도 외에 대략 반나절 주기로 바닷물 높이가 수m 정도 오르내리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조석 현상이라 부른다. 쉽게 감지할 수는 없지만 대기와 지구의 지각 등에서도 바다에서와 같은 주기적인 변동 특성이 나타난다.
어느 지점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가장 높은 위치에 이른 상태를 고조 또는 만조, 하강하다가 가장 낮은 위치에 이른 상태를 저조 또는 간조라 한다. 고조와 저조가 발생하는 시각을 각각 고조시와 저조시라 하고, 이때의 해수면 높이를 각각 고조위와 저조위라 부르며 그 높이의 차를 조차라 부른다. 고조시와 저조시는 일반적으로 매일 수십분 정도 늦어지며 고조위와 저조위, 그리고 이에 따라 결정되는 조차도 지속적으로 변화하는데, 약 보름 주기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조차가 가장 큰 며칠간을 대조기, 가장 작은 며칠간을 소조기, 그리고 그 중간 시기를 중조기라 부른다. 각종 조위와 조차 등은 계절 및 연 변화, 나아가 약 18.6년 주기의 변화를 갖는다.
매 순간마다 해수면 높이는 공간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면서 수면경사가 발생하며 이에 의해 흐름이 발생하는데 이를 조류라 부른다. 넓은 의미에서 조석 현상은 파랑의 일종으로 장주기 파에 속한다. 파랑은 크게 진행파와 정상파로 구분된다. 태평양과 같은 대양에서는 진행파 조석 특성이 우세하게 나타나 고조나 저조 부근에 조류의 세기가 가장 큰 반면에 연안에서는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아 진행파와 반사파가 중첩되면서 정상파 조석 특성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상적인 연안 정상파 조석의 경우 저조로부터 고조에 이르는 시간 동안의 흐름을 밀물 또는 창조류, 고조로부터 저조에 이르는 시간 동안의 흐름을 썰물 또는 낙조류라 한다. 조류 세기는 밀물, 썰물 기간 중간 시점에 가장 강하며 창조류와 낙조류가 방향만 반대인 대칭적 형태로 나타난다. 당연히 조류 세기도 대조기에 가장 크고, 소조기에 가장 작다. 연안에서는 고조와 저조 시 부근에서 해수면의 공간적 경사가 방향을 바꾸면서 조류 세기가 거의 없게 되는 순간이 발생하는데, 이때를 전류시 또는 정조시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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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해양학 |
강한 조류가 발생하는 해역에서는 사고 위험이 크며 재난 발생 시 구조작업이 매우 어렵다. 구조작업을 하는 잠수사들이 받는 압력은 해수밀도에 조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의 절반이다. 해수 밀도는 공기 밀도보다 약 800배 내외가 되므로 초속 1m의 조류 형성 시 작용하는 압력은 약 초속 29m 바람이 부는 경우와 맞먹는다. 장비를 짊어질 경우 단면적 증가로 잠수사가 받는 힘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에 유속이 약해지는 전류시나 정조시 부근에 주로 구조작업을 집중하게 된다. 강한 조류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전류시를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한 유속에 이르고 상하층이 약간 차이를 두고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체감하는 정조시간은 짧을 수 있다. 나아가 조류가 강한 환경에서는 탁도가 높아 가시거리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구조활동을 어렵게 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는 해양과학자들에게 연안 안전 및 구조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석과 조류는 가장 정확한 예측이 가능한 해양현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전적인 연구 분야에 속하는 탓으로 최근의 연구 주제에서 상대적으로 경시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한 조류가 발생하는 연안에서 체계적이고 정밀한 관측과 더불어 고해상도의 정확도 높은 예측을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경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해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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