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불륜'이라 일컬어지는 일이, 또 누군가에게는 '화양연화(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일 수 있으니 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가 담고 있는 메시지다.
'음란서생' '방자전' 김대우 감독이 스크린을 사랑으로 촉촉히 물들였다. 전작에서 에로티시즘을 통해 인간 본성을 들춰냈던 그가 이번에는 '어쩌면 생애 단 한 번뿐일지 모를' 남자의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배우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하나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핀다는 감독은 마치 196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옮겨온 듯 다소 판타지스럽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영상을 펼쳐 보였다.
14일 개봉하는 '인간중독'은 1969년 어느 군 관사를 배경으로 육군 대령 김진평(송승헌 분)이 부하 경우진(온주완 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 분)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겉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에 공개되기 훨씬 전부터 배우 송승헌과 신예 임지연의 파격 베드신 등이 대중의 관심을 모은 게 사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노출이나 베드신보다는 한 여인에 지독하게 중독되어가는 한 남자의 슬픈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전 하루 종일 가흔씨 생각만 해요."
좀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깥에 드러내지 않는 김진평이 말했다. 우리나라 미남배우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는 드는 송승헌의 고백이 스크린을 휘감으니, 대다수의 여성 관객들의 심장은 아마 두근 반 세근 반 뛰지 않았을까 싶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죠?"
아직 얼굴이 낯선 신인 여배우의 입에서는 이런 대사가 흘러나온다. 곧 폭풍우가 몰려올 것 같은 불안한 기운 위로 청초한 얼굴의 임지연(종가흔 분)이 드러난다. 이런 고백을 받고서도 그녀를 밀어낼 남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여느 멜로영화가 그렇듯, '인간중독' 역시 감정이입과 공감을 무기로 관객들의 심리를 묘하게 파고든다. '저게 나라면?' '내가 저런 사랑을 하게 된다면?' 윤리와 법, 도덕을 차치한 채 스크린이기에 허용될 수 있는 두 남녀의 사랑이 한껏 가슴 설레게 한다.
영화 시작된 지 약 1시간가량은 김진평 대령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1시간 이후부터는 김진평과 종가흔의 본격적인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더 풍부한 이야기와 마주할 수 있게 됐다.
탄탄대로인 자신의 앞날을 망칠지 모르는데도 가흔에게 중독되어가는 진평. 남편이 있는 몸인데도 진평에게 먼저 다가가는 가흔의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사랑의 줄타기가 내내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가흔은 진평에게 있어 끊기 어려운 담배와도 같다. 진평은 베트남전에서 공을 세우긴 했지만, 아내 숙진(조여정 분)와 군 단장인 장인 덕분에 군대 내에서도 초고속 대령 진급에 성공한 케이스였다.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기대와 불편한 시선, 그리고 자신과 성격이 정 반대인 아내 때문에 하루 하루 숨 막힐 듯 답답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담배 한 대가 주는 달콤한 휴식처럼 가흔이 나타난다.
'인간중독'은 진평과 가흔, 두 사람의 치명적인 정사 외에도 그들이 그렇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주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송승헌과 임지연이 선사하는 '케미'는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을 선사한다. 데뷔 20년차 배우 송승헌의 무르익은 연기, 그리고 능숙함보다는 풋풋함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신예 임지연의 조합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깐깐하면서도 귀여운 아내 역할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조여정,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야망에 불타는 가흔의 남편 역할의 온주완의 연기가 극에 활력을 더했다. 여기에 전혜진, 박혁권, 유해진, 배성우 등 개성파 배우들의 맛깔나는 캐릭터 연기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32분. 5월14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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