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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지상주의 탈피… 의식과 규범 기본으로 돌아가자"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5-09 19:17:26 수정 : 2014-05-09 23: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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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바꿔야 한다] (4) 안전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공공의 안전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470여명의 승객이 탑승한 대형 여객선을 버리고 도망 간 ‘나쁜 선장’은 사회 곳곳에 숨어 있었다. 공익에 돈을 쓰기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급급했던 결과다.

전문가들은 안전은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보편화될 때 비로소 사회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9일 이광형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장은 “안전이 공짜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안전에 대해서는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안전 설비를 강화하다 보면 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국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종섭 한국헌법학회장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게 복지국가가 아니다”라며 “사회안전망에 투자해서 사회적 위험도를 낮추는 게 진정한 의미의 복지국가”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역대 정부가 공적영역(안전)에 사적이익이 침투해 약탈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며 “정부는 위험 떠넘기기를 그만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며 “수백명의 목숨을 지키는 선장을 비정규직으로 월 200만원대 월급을 준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안전을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과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

김영재 한국정치학회장은 “사회적으로 안전비용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본에 충실하고 기본으로 돌아가 번거롭더라도 경비도 지출하고 조금 늦더라도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 예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2시간 거리라고 한다면, 2시간이 걸려서 간다는 공감대가 있어야지 1시간 만에 과속해서 가는 것은 반칙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효율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사회가 정상 작동하도록 기본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나 수고를 건너뛰어 온 관행과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도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로 나아가야 한다”며 “안전과 법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국민의 손해가 아닌 이익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좋지만 꼭 필요한 것은 불편하더라도 규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꼽히는 불법 증축과 오래된 배를 운항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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