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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오대양 집단변사 사건 취재기자의 비망록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5 19:41:17 수정 : 2014-12-08 16: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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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돈 170억 끌어쓴 뒤 못 갚자 잠적
유씨 종말론 설파… ‘집단자살’ 영향 관측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87년 8월 24일. 대전 서부경찰서에 예닐곱 명의 청년들이 잡혀왔다. 공예품 수출기업을 가장한 종교단체 오대양의 신도들로, 달아난 회사자금 담당자를 납치·폭행한 혐의였다.

한눈에 봐도 표정이 이상했다. 넋이 나가다 못해 환상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으로 조사받을 때에는 공포에 질려 서로 눈치를 봤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경찰은 다음날 교주인 박순자를 소환했다. 그러나 채 조사도 받기 전 쓰러진 그는 아들에 업혀 병원으로 갔다가 자취를 감췄다.

고위공직자 부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경찰이 방심한 틈을 타 신도 40여명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전 가수원 오대양 공장에는 채권자들이 몰려들고, 오대양이 340여명으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사채를 빌려 쓰고 갚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나흘 뒤 박씨는 경기도 용인의 또 다른 오대양 공장 천장에서 두 아들과 신도 등 31명과 함께 변사체로 발견됐다. 사이비 종교의 집단 최면에 빠져 900명이 희생된 인민사원 집단자살사건을 연상시키며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오대양 집단변사 사건의 서막이었다.

◆되살아나는 오대양 망령

집단자살의 배경과 사채로 끌어모은 거액의 자금 행방 등 숱한 의문을 남겼던 오대양 사건이 27년 만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막대한 재산형성 과정에 의혹이 일면서 아직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오대양 자금 100여억원의 행방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회장과 오대양 커넥션 소문은 무성했다.

박씨는 유 회장과 장인 권신찬 목사(사망)가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신도였고, 오대양의 일부 자금이 유 회장이 운영하던 세모의 전신 삼우트레이딩에 유입된 기록도 드러나면서 사실처럼 굳어졌다.

수사과정에서 오대양의 자금이 유 회장에게 직접 전달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거 구원파 출신 신도들은 여전히 오대양의 배후로 유 회장을 지목하고 있다. 구원파 교단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 회장 개인의 자금루트였다는 것이다.

◆‘통용파’가 커넥션?

이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서울과 지방에서 활동하던 구원파 내 ‘통용파’란 부녀자 사채모집 조직이다. 통용파는 사채나 개인 자금을 모아 공동으로 사업을 벌이고 번 돈으로 함께 쓰고 좋은 일도 해보자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신도들의 돈을 비싼 이자를 주고 마구잡이로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 통용파의 대전지역 책임자가 박순자 교주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나중에 오대양 사건의 불씨가 된 사채모집은 실제 통용파 방식과 흡사했다. 오대양 공장은 조업용이 아닌 사채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시용 시설로 활용됐다. 폐쇄적인 집단생활 같은 종교와 기업운영을 교묘히 결합시킨 운영방식은 삼우트레이딩을 빼닮았다.

유 회장의 측근인 송모 여인이 주도하던 통용파는 서울지역 구원파 여신도를 중심으로 돈을 모아 식당 등의 사업을 진행했고 점차 경기도와 광주, 대전 등지로 확산됐다. 하지만 조성된 자금 상당액이 송씨를 통해 삼우트레이딩으로 흘러간 것이 알려지면서 와해되기 시작했다.

유 회장은 이 가운데 광주지역 신도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약 11억원이 삼우트레이딩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져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1991년 10월 24일 유병언 세모 사장이 오대양 사건과 관련한 첫 공판을 받기 위해 경위들에 둘러싸여 대전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집단변사와 사라진 100억원의 행방

본 신문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기사에서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가 그 배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에 대해 인천 지방검찰청은 공문에서 오대양 사건이 “당시 수사기록 검토 결과 집단자살이 구원파 측이나 유병언 회장과 관계있다거나 5공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혀와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라는 직위가 없어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목사로 재직한 사실이 없으며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신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유 전 회장 유족 측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 천해지의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아니고, 유 전 회장은 높낮이모임을 통해 회사 경영에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추정재산 중 상당수의 땅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유기농 농산물 재배를 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유 전 회장의 소유가 아니고, 해외에 어떤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박씨는 이 즈음 오대양이란 별도조직을 만들어 독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집단변사 사건 발생 당시 오대양 공장에서 삼우트레이딩 관련 자료가 다수 발견되고, 검찰 수사에서도 자금 거래사실이 일부 포착돼 음성적인 관계는 지속됐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수사에도 행방이 묘연한 100억원대 오대양의 사채자금이 유 회장 측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추측을 낳는 이유다.

오대양과 유 회장의 관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오대양 집단변사 현장에서 발견된 ‘알파에서 오메가까지’란 책이다. 유 회장이 종말론 등을 설파한 설교집이다.

구원파를 탈퇴한 B씨는 “어디로 사라진지도 모를 사채자금을 갚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앞둔 오대양 신도들에게 유 회장의 종말론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산헌납을 천국으로 가기 위한 길로 미화하는 종말론과 자신은 물론 남의 돈까지 끌어모았다가 갚지 못해 궁지에 몰린 이들의 선택이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B씨는 “유 회장이 사기 사건으로 4년을 복역한 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세모의 부도로 알거지가 됐다’고 주장했지만 수천억원의 자산가임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오대양을 비롯해 불법 조성된 사채자금이 그 종잣돈으로 사용됐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대양 집단변사 사건 수사를 맡았던 한 전직 경찰은 “오대양 사건은 박순자 교주가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종교란 얼개를 사용했을 뿐 결국은 금전 문제였다”면서 “검찰이 이번 기회에 유 회장 자금을 역추적하면 오대양 자금이나 집단변사 사건의 연관성도 자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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