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안덕면의 산방산 아래에 자리한 용머리해안은 화산섬인 제주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형 중 하나. 오래전부터 기이한 경관으로 이름이 높은 용머리해안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Geopark)’으로 지정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나 자연유산으로 보존할 만한 지역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2000년대 초 선정되기 시작했다. 독일 서부의 불칸아이펠(Vulkan Eifel), 일본 나가사키현 시마바라(島原)반도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제주도에서도 용머리해안 일대를 관광명소로 개발하기 위한 첫 작업으로 지질 트레일 코스가 조성됐고, 수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5일 개통식을 한다.
용머리해안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지형으로, 한라산이 형성되기 훨씬 이전에 생겨났다. 이 일대에서 마그마가 분출된 건 100만년 전. 바닷속에서 폭발한 용암의 화산재가 빠른 속도로 흘러가며 차곡차곡 떡시루 모양으로 쌓였고, 다시 억겁의 시간 동안 파도와 바람에 의해 침식되며 기기묘묘한 형상이 됐다고 한다.
파도에 의해 구멍이 뚫린 바위 등 경이로운 풍경이 즐비한 용머리 해안. |
트레일 코스는 용머리해안에서 시작된다. 총 30㎞ 코스로 A, B, A 단축 3개 코스로 구성됐다. A코스는 길이 14.5㎞로, 용머리 주차장에서 용머리해안∼사람발자국 화석∼대정향교∼ 단산∼덕수리 공방을 거쳐 용머리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A단축 코스는 10.7㎞다. 15.6㎞인 B코스는 용머리 주차장에서 화순 금모래 해변∼화순 선사유적지∼화순 곶자왈을 거쳐 다시 용머리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A코스는 용머리해안에서 서쪽 방면으로, B코스는 동쪽 방면으로 돌게 되는데, 이 지질 트레일 코스의 백미는 물론 용머리해안이다. 용머리라는 이름은 산방산에서 내려다보면 그 언덕 모양이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졌다.
용머리해안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지만, 파도가 높을 때나 밀물 때는 출입이 통제된다. 개방 여부는 매일 아침 기상상태를 보고 결정한다. 사전에 탐방사무소(064-794-2940)에 전화를 걸어 개방하는지를 확인해야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
지난 두 번 모두 파도가 높아 낭패를 보고 세 번 만에 들어가게 된 용머리해안. 주차장에서 산자락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내려간다. 먼저 눈에 띄는 건 하멜 기념비와 하멜 상선 전시관이다. 1653년 네덜란드 선원 하멜이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도착한 곳이 바로 용머리해안에서 멀지 않은 대정현 모슬포다. 이를 기념해 당시 상선을 만들어 세우고 그 안에 전시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매표소를 지나면 가파르고 좁은 협곡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해변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비현실적인 경관이 펼쳐진다. 바위 벽에 뚫린 커다란 구멍이 탐방로의 출입구처럼 버티고 서 있다. 구멍을 통과해 해안을 따라 들어가면 화산재가 고리 형태로 쌓인 응회환(凝灰環) 지형의 해안 절벽이 펼쳐진다. 높이 20m, 길이 600m에 달하는 이 절벽은 100만년이라는 시간 동안 거센 파도와 비바람이 뜯고 할퀴어 신비한 형상을 만들어 냈다.
제주 용머리해안에서는 화산재가 풍화작용을 겪으며 생성된 기기묘묘한 형태의 절벽을 만나게 된다.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주변 화산지형과 연계된 지질 트레일 코스가 5일 개통된다. |
제주=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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