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영실세 오너家 다수 미등기 임원… 공개 안하면 그뿐

입력 : 2014-04-01 20:08:30 수정 : 2014-04-01 22:11:45

인쇄 메일 url 공유 - +

허점많은 등기이사 연봉공개 ‘반쪽짜리’ 비판 GS그룹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GS건설은 지난해 937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허창수 회장은 이 회사에서 17억2000만원의 연봉을 챙겼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지난해 보수총액이 42억4100만원으로 화학 업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는 지난해 4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기업 임원 연봉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고액 연봉에 대한 직장인의 허탈감은 차치하더라도 적자 기업에서 이런 고액 연봉을 챙기는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가깝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거액의 배당금은 연봉에서 제외되는 등 제도상 허점도 많아 ‘반쪽짜리’ 연봉 공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들은 연봉 공개로 반기업 정서가 확산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베일에 쌓인 미등기 임원 연봉

이번 공개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현직 또는 당해 사업연도에 퇴임한 등기 임원으로 대상을 한정한 법 조항이다. 상당수에 이르는 5억원 미만 연봉자와 미등기 임원의 정보는 여전히 알 수없다.

특히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의 경우 그룹 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지만 미등기 임원이 많아 공개 대상에서 대거 제외됐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큰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등기이사)의 연봉만 공개됐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둘째딸 이서현 삼성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은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신계계그룹 정용진 부회장도 지난해 2월 신세계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이번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명희 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등도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문제는 내년에 이런 비공개 대상이 더 늘어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법원에서 실형 등을 선고받아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내놨다. 보수 공개를 통한 책임경영 유도라는 제도의 근본 취지 자체가 흔들리는 꼴이다. 미국이 시가총액 7억달러 이상인 상장사 최고경영자와 재무책임자, 최고액 연봉자 3명 등 임원 5명의 보수 현황을 모두 공개하는 것과 대비된다. 또 일본은 1억엔 이상을 보수로 받는 임원의 연봉은 모두 공개된다.

◆천문학적 수준 배당금 논란

급여와 상여금, 퇴직금 등만 공개하고 액수가 천문학적인 배당금 수입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제도 취지를 희석시킨다는 지적이 따른다. 1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연봉을 받지 않아 이번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이건희 회장은 배당금 1079억원을 받아 지난해 재계 소득랭킹 1위에 올랐다.

그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3개 지분보유 계열사에서 배당금을 받았다. 미등기 임원으로 역시 보수가 공개되지 않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배당금도 120억원(11위)에 달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연봉 140억원 외에 현대차 등 5개 계열사에서 495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전체 수입 2위에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배당금도 286억원이나 됐다. 최 회장은 계열사 4곳의 등기이사로 재직해 받은 연봉 301억원까지 더하면 지난해 모두 587억원을 챙겼다.

대기업들은 반기업 정서 확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 성과 등은 보지 않고 연봉 액수만으로 기업과 재계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불러올 수 있어 걱정”이라며 “기업활동 위축과 공개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재벌 오너 일가가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도 책임은 안 지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미등기 임원 중 상위 연봉자 정도는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울러 보수 산정 근거나 경영성과 평가 지표 등도 주주나 투자자에게 명쾌하게 공개해 연봉 공개가 ‘가십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기천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