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터뷰] ‘들개’ 변요한, 괴물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입력 : 2014-03-31 08:40:00 수정 : 2014-03-31 08:40:00

인쇄 메일 url 공유 - +

배우가 한 얼굴에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천의 얼굴’ 혹은 ‘천생 배우’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끊임없이 바꾸고자하는 배우 개인의 노력이 없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4월3일 개봉하는 영화 ‘들개’(감독 김정훈)의 주연 변요한(28)은 극 중 선인지 악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복잡 미묘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내 주목 받고 있다.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이 그를 두고 “선과 악, 반항과 순응이 묘하게 교차된 얼굴”이라며 극찬했을 정도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변요한은 반듯하면서도 평범한 20대 청년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순해 보이는 얼굴에서 악의 이미지가 겹쳐져 보인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충무로에 또 한 명의 ‘괴물 신인’이 등장한 것일까. 변요한은 자신의 얼굴을 넘어서기 위해 숱한 노력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이 제게 ‘클래식하게 생겼다’거나 ‘귀공자 같은 부드러운 이미지’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그런 이미지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해왔죠. 혼자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했고, 그러다 다시 일어나 연기하기도 했어요.”

그가 배우로 성장하기까지 토양이 되어준 건 다름 아닌 ‘독립영화’였다. 2011년 단편영화 ‘토요근무’(감독 구은지)로 데뷔할 당시, 그는 독립영화계에서 정점을 찍지 못하면 절대 상업영화로 넘어가지 않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다고 한다. 일 년에 30편가량의 중단편을 찍으며 한계에 부딪히지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연기를 포기할 수 없었고, 2012년 주연한 ‘목격자의 밤’(감독 박범)이 세계 3대 단편영화제 중 하나인 ‘끌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제가 가진 이미지를 뛰어넘는 역할을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어 좋았죠. 계속 연기 훈련을 한 셈이에요. ‘이 역할을 내가?’했던 작품도 막상 완성되고 나면, 그동안 전혀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하게 해줬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자신감이 생겼고, 희열을 느꼈어요.”

소심한 성격에 말까지 더듬거렸다는 그가 연기를 접하게 된 건 중학교 때 연극무대에 오르면서부터였다. 스스로 기특하게 느껴질 정도의 열정이 그 안에 있었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 23세의 늦은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했다.

그가 독립영화계에 오랫동안 머물었던 것도 스타가 아닌 연기자가 되겠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배우들이 연극을 고향과도 같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독립영화’가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봉한 ‘감시자들’(감독 조의석/김병서)을 시작으로 얼마 전 촬영을 끝낸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까지 상업영화계에 본격 발을 들인 그지만 독립영화의 끈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도 잊지 않았다.

“배우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일도 중요하잖아요. 앞으로 원하는 작품, 배역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소속사에 들어갔고 많은 분들께 제 얼굴을 알리려는 노력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독립영화의 토양이 있었기에 저 변요한이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독립영화계를 지지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연기자로 실력을 갈고 닦은 후에는 연출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동생이 변한나라고 배우 겸 영화감독 지망생인데, 둘이 시나리오도 쓰고 작품 구상도 하고 있어요.”

‘들개’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김정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사제폭탄을 만드는 주인공 정구(변요한 분)와 폭탄을 터트리는 집행자 효민(박정민 분)의 알 수 없는 관계, 그리고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다. 변요한이 분한 정구는 고교시절 사제폭탄 사건으로 소년원에 다녀온 뒤 정상적인 삶을 꿈꾸지만 대한 졸업 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면서 쌓인 불만과 욕구를 사제폭탄을 만드는 것으로 푼다.

“정구는 천재인지 ‘미친X’인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캐릭터죠. 너무 복잡해서 접근하기 조심스러웠어요. 제 마음대로 시나리오에 접근했다가 주제를 흐릴 위험성이 컸죠. 그래서 감독님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어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나이 또래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요. 20대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느끼는 고립감이나 반항심 같은 거죠. 정답이 있는 영화는 아니에요. 극장에서 오셔서 각자에게 맞는 메시지나 느낌들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앞으로 조셉 고든 레빗 감독·주연의 ‘돈 존’ 같은 영화에 꼭 출연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드러운 댄디가이가 연기하는 카사노바는 어떤 모습일까. 역할을 위해서라면 노출도 서슴지 않겠다는 그에게서 열정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제공=프레인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하츠투하츠 스텔라 ‘청순 대명사’
  • 하츠투하츠 스텔라 ‘청순 대명사’
  • 윤아 '청순 미모'
  • 최예나 '눈부신 미모'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