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온 더 로드’(감독 월터 살레스)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이지 라이더’ ‘델마와 루이스’ 등의 계보를 잇는 청춘 로드무비라 할 수 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로 세계 영화계에서 인정받은 월터 살레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한국어로 ‘길 위에서’라고 해석되는 이 영화는 1950~60년대 2차 세계대전 후 삶에 안주하지 못하고 사회 언저리를 부유했던 ‘비트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자인 잭 케루악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1957년 동명의 소설을 출간했고, 이 작품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젊은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살레스 감독의 ‘온 더 로드’는 한 편의 라이브 재즈음악을 듣는 듯 즉흥적이고 자유롭다. 셀(샘 라일리), 딘(가렛 헤드룬드), 그리고 메리루(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세 남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너무나 한심하고 무모해 보이지만 어느덧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묘한 청량감을 느끼게 된다.
젊기에 가능했던 찬란한 기록 앞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꼭 ‘지금 내 모습인데’ ‘나도 젊었을 때 저랬는데’가 아니어도 괜찮다. 청춘의 방황담은 그것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대리만족과 공감을 자아내는 힘이 있다.
이 영화는 젊은 작가 셀의 시점에서 바라본 딘과 메리루, 카밀(커스틴 던스트), 카를로(톰 스터리지), 불 리(비고 모텐슨) 등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중 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은 딘이다.
딘은 메리루와 이혼한 후 카밀과 재혼해 아이까지 얻는다. 하지만 뼛속까지 철저히 비트 세대였던 그는 방황기질을 끝까지 뿌리 뽑지 못하고 다시 셀, 메리루와 길 위를 전전한다. 한 곳에 정착해 안정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딘에게는 속박이자 불안 요소로 다가온 것.
이들에게 술과 마약, 섹스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언제나 눈의 초점은 흔들리고, 몸은 뭔가에 취한 듯 흐느적거린다. 이들에게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은 ‘대화’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과 타인의 삶을 진심으로 어루만진다.

메리루는 딘과 이혼 후에도 수년간 함께 여행을 다니며 그의 옆자리를 고수한다. 나중에 딘이 아내인 카밀과 자녀들이 있는 집에 돌아가려 하자, 그가 진정한 ‘나쁜 남자’임을 깨닫고 증오한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셀의 방황은 그런 면에서 보면 딘이나 메리루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그는 늘 ‘어떤 이야기를 쓸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가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쓰자고. 그는 무려 36m에 달하는 원고를 즉흥적으로 써 내려간다.
샘 라일리, 가넷 헤드룬드, 크리스틴 스튜어트, 커스틴 던스트, 톰 스터리지 그리고 에이미 아담스까지 할리우드에서 ‘핫’한 배우들은 다 모였다. 이 영화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청춘을 아름답게 포장해줄 거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반지의 제왕’ 비고 모텐슨의 우정출연도 반갑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상반신 노출과 농도 짙은 베드신을 소화해내며 성인배우 신고식을 치렀고, 가넷 헤드룬드와 커스틴 던스트는 이 영화를 통해 만나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살레스 감독은 미국과 브라질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섞어 한 폭의 그림 같은 영상미를 이끌어냈다.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20분짜리 영화에 풀기란 쉽지 않았겠지만, 편집은 다소 거칠고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39분. 3월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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