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35 전투기. |
공군의 차기전투기로 유력한 F-35 전투기의 가격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F-35의 제작사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랜디 하워드 이사는 21일 입장자료를 통해 "록히드마틴은 F-35A의 대당 가격이 2019년 8000만∼8500만달러(860억∼91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미 국방부 F-35 프로그램 총책임자의 평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의 F-35 프로그램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보그단 미 공군 중장은 지난 12일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9년이면 F-35A 기종의 대당 가격이 8000만∼8500만 달러에서 형성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록히드마틴 측이 F-35의 가격 하락을 자신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현재는 본격적인 실전 투입 전 단계이므로 생산량이 적지만, 2017년 이후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하면 대당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F-35의 월간 생산량은 3.5대지만 생산라인이 가동되면 포트워스 공장에서만 월 14.9대를 생산할 것으로 록히드마틴 측은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F-35 전투기 40대를 2018~22년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록히드마틴의 주장대로라면 도입비용은 3조6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군수지원, 훈련비용, 무장 등의 추가 비용이 전체 사업비의 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F-35 40대 도입에 필요한 예산은 5조원 수준이다.
이는 방위사업청 선행연구에서 F-35A 40대 구매를 위한 차기전투기 총사업비로 7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 것과 비교해보면 2조원 이상이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자칫 잘못할 경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F-35의 판매방식인 대외군사판매(FMS) 제도의 특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FMS는 일반적인 무역거래와는 달리 미국 정부가 협상을 주도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제품의 품질과 가격, 공급을 미 정부가 보증하는 시스템이다. 대신 구입한 측은 납품 완료 시점에 정산을 해 그 당시의 가격으로 대금을 지불한다. 도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미 정부가 책임을 진다. 가격 역시 싸지는 않지만 업체의 폭리를 예방할 수는 있다. 반면 최종 가격을 알 수 없고, 일정이 지연되면 지체보상금을 받기 어렵다. 일반상업구매(DCS)의 혜택인 절충교역이나 기술이전도 제한된다.
따라서 제품 납품 완료 시점의 가격이 계약 당시보다 상승했을 경우 구매한 당사자는 계획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FMS 방식에서 계약시점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사례가 있다. 대만이 미국 레이시온의 레이더를 FMS 방식으로 도입했을 때 책정된 가격은 7억5000만달러(8114억원)였다. 하지만 납품 직후 정산과정에서 1억5000만달러(1622억원)가 초과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FMS 관련 법률에 따르면 제품 계약 시점의 가격보다 실제 비용이 더 높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미국의 납세자들에게 묻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초과된 비용은 고스란히 구매자가 떠안아야 한다.
F-35의 판매가 얼마나 순조로울지 여부도 변수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록히드마틴의 주장에 대해 "세계적으로 3200대 수준의 F-35 판매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가장 낙관적인 추정치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적자와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는 F-35 구매계획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네덜란드는 2023년까지 F-16를 운용한 뒤 85대의 F-35를 주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실제 운용 대수는 52~68대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역시 올해 초 마테오 렌치 총리가 취임한 직후 90대를 도입하기로 한 F-35 구매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경기 회복을 위해 감세를 추진하는 한편 재정적자 해소 일환으로 3년간 30억유로(4조4700억원)의 국방비를 절감할 방침이어서 F-35 도입과 같은 대형 무기구매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곧 시작될 협상을 통해 가격 등의 조건을 철저히 검증한 이후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