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들은 훈련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독면을 옆구리에 찬 채 등장했지만, 어슬렁거릴 뿐 시민들을 유도하지 않았다.
국가비상사태나 전시에 대비하기 위한 민방공 대피 훈련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이날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일시 중단하고 차량을 통제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하철 시청역을 찾아 훈련을 점검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습경보가 울릴 때 백양로를 지나던 김모(25)씨는 “사이렌 소리를 들었지만 통제하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방공 공습경보 행동요령에 따르면 경보가 울리면 모든 국민은 하던 일을 멈추고 지하대피소 등으로 피해야 한다.
이날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가 아예 울리지 않은 지역도 많았다.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등 대부분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훈련 시간인데도 평소와 다름 없이 학생들이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는 공습경보 대신 할인행사를 알리는 안내 방송만 나왔다.
상업시설은 공습경보가 울리면 영업을 중지하고 고객을 지하대피소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쇼핑몰 관계자들은 이 같은 행동지침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방공 대피 훈련 중 영화를 상영한 한 대형 영화관 관계자는 “실제 상황이 아니라 훈련이기 때문에 상영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제393차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14일 오후 2시쯤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는데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복합쇼핑몰에서 쇼핑객들이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쇼핑을 즐기고 있고, 서대문구 백양로에서 시민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가고 있다. |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훈련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시민들을 억지로 통제할 수가 없다”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권이선·이재호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