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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행학습금지법, 학원 '봐주기법'

입력 : 2014-03-12 06:00:00 수정 : 2014-03-12 11: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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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선전해도 처벌 못해… 학교만 재정삭감 등 제재
“6·4지방선거 앞둔 정치권, 업계 눈치 보며 반쪽입법”
‘바보가 아니면 초등학교 3학년이 중학교 2학년 도형 척척척’ ‘초등학교 3, 4학년 때 오십시오. 5, 6학년 때는 늦습니다’ ‘이 (학원)버스의 종점은 SKY(서울·고려·연세대)입니다’.

초·중·고교생들의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학원 광고들이다. 도처에 널린 이 같은 학원 광고는 ‘교육과정을 미리 공부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뒤떨어진다’는 식으로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가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학원들의 지나친 선행교육 광고·선전을 단속키로 했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행될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선행교육 금지법)에 따라서다.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선행교육 금지법은 학원이나 교습소, 개인과외 교습자가 선행교육을 광고·선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 대한 유일한 선행교육 금지 법규이다. 교육부 심은석 교육정책실장은 11일 “학원이나 사교육업자들이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거나 선행교육을 조장하는 광고를 못하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일보 취재 결과, 선행교육 광고·선전 금지 조항이 전혀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행교육금지법에 선행교육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해놓고도, 실제 광고하는 학원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이 빠진 것이다. 선행학습을 실시하거나 유발한 초·중·고교와 대학의 경우 해당 교원 징계와 재정 지원 중단·삭감, 정원·학과 감축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사교육업계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규제조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학원 지도·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일선 교육청 담당자들은 “알맹이가 없는 이 법으로는 학원들이 계속 선행교육 광고를 해도 막을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만든 법이 ‘부실’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입법권을 가진 정치권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학원업계의 눈치를 본 게 주 요인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초 선행교육금지법의 한 축이었던 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법안에 학원들의 과도한 선행교육을 규제할 방안이 담겨 있었지만 동조하는 의원이 매우 적었다”며 “선거를 앞두고 학원업계의 입김에 휘둘렸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새누리당을 통해 법 제정을 추진한 교육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부는 행정지도와 함께 학원업계의 협조를 구해 선행교육 광고를 억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문제의 광고를 하는 학원을 처벌할 수 있도록 조속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초·중·고생뿐 아니라 유아 사교육시장의 선행교육과 선행학습 상품을 규제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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