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심각한 사생활 침해” 발끈 영국 정보기관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의 수백만 회원의 웹캠(화상통화) 서비스 영상을 가로채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건넨 비밀문건을 분석한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영국의 정보기관 정부통신본부(GCHQ)가 2008∼2010년 미 국가안보국(NSA) 지원 아래 ‘시신경’(Optic Nerve)이라는 암호명으로 야후 메신저가 제공하는 웹캠 동영상을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야후 메신저 이용자는 세계적으로 약 7500만명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GCHQ는 NSA의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 ‘엑스키스코어(XKeyscore)’를 활용해 웹캠 이용자들의 화상 채팅 및 회의 내용을 들여다봤다. ‘시신경’ 프로그램은 웹캠 이용자들의 화상통화 콘텐츠를 5분마다 자동으로 캡처해 다운로드받는 방식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GCHQ가 수집한 웹캠 영상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8년의 경우 6개월 동안 약 180만명의 웹캠 기록을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집된 화상통화 영상물의 상당수는 GCHQ마저 보다 정교한 정보수집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할 정도로 음란채팅과 같은 성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GCHQ는 한 문건에서 “불행하게도 야후 웹캠 이미지의 3∼7%는 정보로서 이용 가치가 없는 누드물”이라고 한탄했다.
GCHQ는 가디언의 확인 취재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GCHQ의 모든 업무는 합법적이고 적절하며 엄격한 관리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실제 민간인의 이메일과 화상통화 등의 인터넷 활동을 들여다볼 때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한 미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기관의 감청 행위는 합법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야후 측은 발끈했다. 야후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GCHQ의 이 같은 감시 활동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사생활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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