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26·대한항공)·주형준(23)·김철민(22·이상 한국체대) 등으로 이뤄진 한국 남자 팀추월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결승에서 3분40초85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 선수가 메달리스트로 구성된 세계최강 네덜란드는 올림픽 기록(3분37초71)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1위를 차지했다
비록 금메달의 꿈은 좌절됐지만, 은메달을 떠나 첫 메달이라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한국이 이 종목에서 메달을 수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남자 팀추월대표팀의 소중한 은메달은 탄탄한 팀워크와 호흡,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된 작전으로 일궈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 팀추월대표팀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성적을 살펴보면 경쟁국에 비해 떨어진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수확한 이승훈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고 있지만, 주형준과 김철민은 아직 유망주일 뿐이다.
쇼트트랙 선수였던 주형준과 김철민이 스피드스케이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주형준은 지난 2011년, 김철민은 2012년에 각각 전격 전향했다.
경쟁국과 비교해 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이들도 인정하고 있다.
이승훈은 "사실 개개인의 실력은 네덜란드나 캐나다, 러시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주형준도 "(이)승훈 형을 제외하고 개개인의 실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에이스이자 맏형인 이승훈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환상의 호흡을 만들어냈다. 팀추월이 가능성이 있는 일종의 '전략 종목'이라보고 훈련에 매진한 것 또한 비결이다.
이승훈은 "한국의 강점은 팀워크다. 팀워크에서 나오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개인으로는 나올 수 없는 기량이 나온다"며 "개인전보다 팀추월에 중점을 두고 훈련한 것도 비결이라고 본다. 내 위주로 훈련이 진행되지만 후배들이 잘 견뎌준다"고 공을 돌렸다.
주형준은 "아무래도 팀추월 위주로 훈련하고, 팀워크가 좋아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승훈이 형이 기분이 좋지 않으면 다같이 좋지 않다"며 단단한 결속력을 느끼게 했다.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하다 전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들은 부드러운 코너워크를 선보인다. 이 또한 장점이다.
팀추월에서는 선수 3명이 달리는 순서를 바꿀 때 코너를 돌며 바꾸게 되는데 여러 명이 타는 쇼트트랙에서 뛰던 선수들이라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다.
주형준은 "선두가 바뀌는 타이밍을 맞추는 훈련을 많이 했다. 선두가 빠지고 다음 주자가 앞으로 나가는 타이밍 연습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은 작전 또한 이번 올림픽에서 잘 맞아 떨어졌다.
당초 스타트가 좋은 주형준이 첫 번째 바퀴에서 선두에 서고, 속도가 서서히 오르는 김철민이 두 번째 바퀴를 책임졌다. 이후 두 바퀴를 이승훈이 이끈 뒤, 5·6번째 바퀴를 주형준과 김철민이 나눠서 선두로 달렸다.
이렇게 타니 5·6번째 바퀴 랩타임이 느려지더라는 것이 이승훈의 설명이다.
그래서 몇 차례 실전과 훈련 뒤 작전을 변경했다. 첫 두 바퀴는 똑같이 가고, 이후 4바퀴를 이승훈이 이끌었다. 막판 두 바퀴는 주형준과 김철민이 나눠서 선두로 달렸다. 이승훈은 마지막 두 바퀴를 돌 때 가장 뒤에서 달리며 후배들을 밀어주는 역할을 했다.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대회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뒤 계획을 변경해 월드컵 4차 대회에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작전을 바꾼 것이 기록 단축에 영향을 줬다. 기복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작전이 잘 맞아 떨어졌다. 주형준이 이끌고 힘이 빠졌을 때 잠시 뒤에서 달리며 체력을 비축한 이승훈이 막판에 후배들을 밀어주는 역할을 하며 랩타임 조절이 잘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호성적의 중심에는 '에이스' 이승훈이 있음은 물론이다. 중간 레이스를 이끌고 막판 레이스에서 밀어주는 이승훈의 역할이 다소 크게 느껴진다.
김 전무이사는 "이승훈이 60% 정도 레이스를 책임지고, 주형준과 김철민이 20%씩 책임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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